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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스 아메리카’ 대회 100년 만에 ‘수영복 심사’ 없어진다

등록 2018-06-06 12:05수정 2018-06-06 19:43

사상 첫 여성 조직위원회장 그레첸 칼슨
“참가자들을 외모 아닌 능력과 지성으로 평가할 것”
지난해 조직위원장 ‘성희롱’ 논란 뒤 여성 임원진 대거 포진
만장일치로 ‘수영복 심사’ 폐지 결정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원회는 5일 (현지시간) 자사 SNS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돌입하겠다”라며 ‘#byebyebikini’란 해시태그와 함께 수영복 심사 폐지를 알렸다. ‘미스 아메리카’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원회는 5일 (현지시간) 자사 SNS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돌입하겠다”라며 ‘#byebyebikini’란 해시태그와 함께 수영복 심사 폐지를 알렸다. ‘미스 아메리카’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국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여성 대회인 ‘미스 아메리카’가 근 100년 만에 수영복 심사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현지시간) 전했다.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을 지향하는 시대에 발맞춰 여성 대회가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했다는 분석이다. 1921년 처음 열린 ‘미스 아메리카’는 ‘미스 유에스에이’(USA)와 함께 미국 여성대회의 두 축으로 꼽힌다. 수영복 심사는 오는 9월 열리는 전국 대회에서부터 사라진다.

오랜 기간 동안 ‘미스 아메리카’와 ‘수영복’은 동의어로 여겨졌지만,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주관하는 조직위원회가 새롭게 바뀌면서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1월,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원회 회장으로 폭스(Fox) 앵커 출신 그레첸 칼슨(Gretchen Carlson)이 선임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칼슨은 조직위 사상 첫 여성 회장이다. 임원진 9명 중 7명이 여성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들은 만장일치로 이 ‘새로운 변화’를 채택했다.

지난해 11월 테드(TED)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끝내는 법’(How we can end sexual harassment at work)을 강연하기도 했던 칼슨은 전 폭스 사장 로저 에일스의 성추행에 맞서 소송을 진행하며, 직장 내 여성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1989년 ‘미스 아메리카’ 대회의 우승자이기도 하다. 칼슨은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의 능력과 지성,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스 아메리카에 참가하고 싶어도 수영복을 입고 걸어다니는 건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수많은 젊은 여성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미국에서도 번져나가는 ‘#미투’ (#MeToo)에 맞춘 변화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에는 샘 해스켈 전 회장을 포함한 ‘미스 아메리카’ 경영진이 과거 우승자를 성적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등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조시 랜들 사장, 린 와이드너 위원장까지 전원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칼슨은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우리는 참가자들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겠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이러한 문화적인 혁명을 통해 대회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첸 칼슨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원회 회장. ‘테드’(TED) 강연 갈무리
그레첸 칼슨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원회 회장. ‘테드’(TED) 강연 갈무리
지난 수십년 동안 ‘미스 아메리카’ 대회는 사회의 기준에 맞춘 미인을 선발하는 것이 아닌, 여성을 독려하고 장학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조정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참가자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1990년대 초반부터 수영복 심사가 지닌 모순을 알고 있었음에도 “(수영복을 입은) 불편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고, (신체적) 건강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란 이유로 이를 유지해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수영복 심사가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로 이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8년 ‘미스 아메리카’였던 커스틴 하글런드는 수영복 심사 폐지 발표가 난 화요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영복 심사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계속 유지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미스 아메리카’의 변화는, 티브이(TV) 속 여성의 역할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이어진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전미광고주협회(The 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sers)는 ‘#시허’(#SeeHer) 캠페인을 통해 여성을 좋은 ‘롤모델’로 묘사한 광고나 방송프로그램에 가점을 부여하고, 광고를 판매할 때 이 점수를 반영해왔다.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는 또 올해 초 광고회사인 <영앤루비콤>에 컨설팅을 의뢰해 “‘미스 아메리카’는 젊은 여성들에 맞춰 현대화될 필요가 있다. (대회를 홍보할 때) 과거 우승자들의 사회적 성취에 집중하고 수영복 심사는 제외하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칼슨 회장은 “수영복 심사 부분은 시청률이 높게 나오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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