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억달러 감축하라” 국방부 압박… 9·11 이후 처음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이 국방부에 수백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군수산업체 경영자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국방부는 우선 2007년 예산에서 100억달러를 줄이기로 하고 인력을 유지할 것인지, 무기체계 개선 사업을 축소할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해군과 공군은 무기체계 개선 사업에 미련을 두고 있으나, 육군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백악관은 2007년부터 수년에 걸쳐 320억달러를 감축하라고 국방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재정 상태로는 첨단무기 개발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백악관의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9·11 이후 국방비 증액에 적극 협조했던 의회도 지지부진한 이라크전 상황과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등을 지적하며 국방비 감축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고든 잉글랜드 국방부 부장관이 최근 군수산업체 경영자들과 함께 한 저녁이 ‘최후의 만찬’으로 불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1993년 당시 레스 애스핀 국방장관이 군수산업체 경영자들과 만나 저녁을 먹은 뒤 10여년에 걸쳐 국방예산이 축소된 것을 빗댄 표현이다.
그러나 320억달러는 미국의 전체 국방비를 감안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전체 예산의 18%에 이르며, 올해 사용될 이라크와 아프간 전비만 해도 5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2조3천억달러의 예산을 요구할 계획이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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