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국무 밝혀… CIA 비밀수용소 논란 의식
“태도 전환” 평가속 “실제 해석이 중요” 지적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수감자에 대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비열한’ 행위를 금지한 고문방지협약이 국내외에서 모두 적용된다고 밝혀, 국외에선 예외라던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으로서 미국의 의무는 국내외의 모든 미국인에게 적용된다”며 “미국인은 어디에서든 미국의 법과 국제적 의무 아래서 활동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고문방지협약이 국외에서 활동하는 미국인에게는 예외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라이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로 떠나기 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최근 불거진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수용소 운영에 대한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이 최근 포로에 대한 고문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의회 안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비비시>는 분석했다.
<비비시>는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중앙정보국에 테러용의자들을 모욕하고 공포심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한 백악관의 분명한 입장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라이스 장관을 수행하는 관리를 인용해 ‘뚜렷한 전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AI)는 “뚜렷한 양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미군기지 안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고문 문제에 미국이 더욱 진지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라이스 장관의 말이 “실제로 어떻게 해석될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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