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시설 파괴용 ‘벙커버스터’ 연구예산 의회서 승인
엘바라데이 “타국 핵개발은 안되고 미국은 괜찮나”
미국 의회가 최근 지하목표물 파괴용 핵무기인 ‘벙커 버스터’ 연구에 필요한 예산 2500만달러를 승인함으로써 조지 부시 행정부의 신형 핵무기 개발 계획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보도했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벙커 버스터 관련 예산을 두 차례나 거부했다.
이 연구가 성공할 경우, 미국 정부는 수천개의 낡은 핵탄두를 새로운 핵무기로 바꾸는 데 수십억달러를 쓸 수 있게 돼, 냉전 종식 이후 약해진 핵무기 군산복합체가 다시 부흥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1980년대 이후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으며, 1992년 이후에는 실험도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냉전 시기 소련을 겨냥해 만든 핵무기를 관리하는 데 해마다 수십억달러가 들어갈 뿐 아니라, 이것으로는 현재의 적들과 맞설 수 없다며 새로운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잠재적국으로 북한과 이라크, 이란, 시리아, 중국 등을 지목한 바 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1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다른 나라에는 핵 야심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면서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다른 사람에게는 핵무기가 나쁘다고 하면서 우리는 핵무기를 현대화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의 새로운 핵무기 개발 계획에 따라 1942년 최초로 원자탄을 개발한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와 캘리포니아의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가 설계용역을 따내기 위한 경합에 나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네바다 사막의 지하핵실험장도 비밀스런 준비에 들어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