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8 16:39
수정 : 2019.11.19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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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건강보험료의 ‘정직성’과 ‘투명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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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저자 회고록, 백악관 내막 폭로
CNN, 출간 앞서 일부 내용 미리 소개
트럼프 “XX할 연방판사들 없애버리자”
고위 관리들 “사보타주 궁리…몰락 기대”
“트럼프가 푸틴 주머니 속에” 우려도
“보좌진, 저마다 책상에 사직서” 술회
백악관 “트럼프는 책 묘사와 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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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건강보험료의 ‘정직성’과 ‘투명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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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유아독존식 행태와 온갖 스캔들, 그에 대한 백악관 보좌진의 우려와 불안을 폭로한 책의 내용이 일부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전직 고위 관리가 익명으로 쓴 <경고>의 출간을 앞두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원고 사본을 미리 입수해 17일 보도했다. 해당 기사의 온라인판에는 ‘익명의 저서가 눈이 튀어나올 만한 내부 사정들을 보여준다’라는, 다소 생경한 제목을 달았다. <시엔엔>은 “지은이가 익명으로 남아있길 원하면서 회고록을 쓴 까닭에, 책에 기술된 장면들이 익명의 고위 관료들의 회상으로 채워져 모호하고 내용이 전반적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눈이 깜짝 뜨이는" 몇몇 구체적인 주장들을 소개했다.
<시엔엔> 방송은 먼저,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을 유발하기 위해 사보타주(고의적인 방해 행위)를 궁리했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일례로, 백악관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파면하도록 부추기는 방안이 포함됐다. “보좌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판단했으며,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돕는다면 그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과 참모진의 싸늘한 분위기도 놀랍다. 지은이는 “보좌관들이 대통령에게 ‘러시아 선거 개입을 인정하고 러시아를 비난하자’고 건의하자, 트럼프는 ‘난 그 제안을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돌이켰다. 연방수사국(FBI)의 한 관리는 트럼프가 “난 신경 안 쓴다. 푸틴을 믿는다”고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지은이는 “트럼프의 기이한 반응은 그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주머니 속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두려움을 낳았다”고 썼다.
트럼프는 자신의 행정 명령을 번번이 좌절시킨 연방법원 판사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종종 적대감을 드러냈다는 폭로도 나왔다. 트럼프가 한번은 참모들에게 “그들을 없앨 수 있을까? XX할 판사들을 없애버리자”고 말했으며, 실제로 법률자문팀에게 의회에 보낼 연방법원 판사 감축법안을 작성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참모들은 그의 즉흥적 감정과 기이한 요구를 무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의 충성심을 매우 의심하는 반면, 보좌진은 트럼프를 불신하며 언제든 백악관을 떠날 태세였다는 증언도 책에 담겼다. 지은이는 백악관 분위기를 “피해망상과 비밀주의”가 감돌았다고 묘사했다. “우리(보좌진) 모두는 책상 서랍이나 노트북 컴퓨터 위에 사직서를 보관하고 있었”으며 “상당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나, 최고사령관(대통령)의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의 경계를 정해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이 책의 지은이는 <뉴욕타임스>에 익명으로 쓴 기고에서 트럼프 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하고, 자세한 내용을 책으로 내겠다고 예고했다. 지은이는 당시 칼럼에서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 세력의 일부”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로부터 14개월 만에 실제 책이 출간을 앞두자, 백악관은 이 책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시엔엔> 방송에 “이 책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묘사한 것은 실제와는 정반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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