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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1 18:14 수정 : 2019.11.22 02: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텍사스 오스틴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말하라. 이게 미국 대통령으로부터의 마지막 말이다”라고 자필로 쓴 메모를 들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손들런드 EU 대사, 탄핵 핵심쟁점 모두 시인
바이든 부자 수사 촉구는 대통령의 명령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는 수사의 “대가”
트럼프의 변호사 줄리아니로부터 지시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텍사스 오스틴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말하라. 이게 미국 대통령으로부터의 마지막 말이다”라고 자필로 쓴 메모를 들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미국 의회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가 중대한 분수령에 올랐다. 20일 미 하원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고든 손들런드 주유럽연합(EU)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따랐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는 이 사안과 연계된 ‘대가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손들런드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 거액을 기부한 호텔업자 출신으로, 트럼프 진영에 속한 그가 이번 탄핵의 핵심 쟁점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손들런드는 트럼프에게 그 명령을 직접 받지는 않고, 트럼프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에게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손들런드는 이날 서면으로 미리 작성해온 머리발언에서 이런 내용을 명확히 증언해 폭발력을 더했다.

‘대통령의 명령을 따랐다’ 손들런드는 머리발언에서 “릭 페리 에너지 장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 그리고 나는 미국 대통령의 분명한 지시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루디 줄리아니와 일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줄리아니와 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줄리아니와 일하는 것을 거부하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를 공고하게 만들 아주 중요한 기회를 잃게 될 것이란 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다”고 확인했다. 그는 “줄리아니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컴퓨터 서버 해킹사건 및 (바이든 아들이 이사로 재직한 우크라이나 에너지회사인) 부리스마에 대한 수사를 공식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며 “줄리아니는 (이 요구가) 미국 대통령의 희망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우리는 이 수사가 대통령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답했다.

‘대가성이 있었다’ 또 손들런드는 “이 (탄핵조사)위원회 위원들이 이런 복잡한 사안들을 ‘대가성이 있었느냐’는 단순한 질문 하나로 집약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내가 앞서 진술했듯, 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다만 손들런드는 우크라이나 군사원조가 그런 조사에 대한 대가로 제공된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직접 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원조가 유보됐는지는 듣지 못했으나, 그것이 우크라이나 부패 수사 발표와 연계돼 있음을 믿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든 손들런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가 20일 열린 하원 정보위원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모두가 관련된 핵심이었다’ 손들런드는 특히 국무부·국가안보회의·백악관 모두 이 사안을 통보받았고 또 관여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바이든 부자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사를 언급한 자신의 지난 7월19일치 국무부 전자우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페리 에너지장관, 브라이언 매코맥 에너지장관 비서실장, 리사 케나 국무장관 행정실장,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멀베이니의 선임보좌관 로버트 블레어 등 여러 고위 관리에게 보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완전히 투명한 수사를 해 구석구석 뒤져보도록 다짐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손들런드의 이번 증언은 그동안 백악관이 부인해온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의 대가성,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 촉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의 관여 등을 둘러싼 관련 고위 공직자의 첫 공식 시인이다. 하지만 백악관 등은 손들런드의 증언을 완강히 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정원에서 손들런드의 증언록을 든 채 두 사람이 나눈 전화통화 대목을 읽은 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내가 우크라이나에서 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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