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부상주민 치료중 테러’ 등 실감 상황
작가·세트까지 동원…연간 비용 1억1700만 달러
작가·세트까지 동원…연간 비용 1억1700만 달러
“미군 장갑차를 선두로 트럭 행렬이 지나가다 로켓탄 공격을 받는다. 이라크인 하나가 다리에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나뒹군다. 이를 본 미군이 응급처치를 위해 다가간다. 상처를 확인하던 그는 이라크인의 다리에 폭발용 무선장치가 달린 것을 보고 총을 난사한다. 주변의 이라크인들은 비명을 지른다. 미군들이 당황하는 순간 한 무리의 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군들을 공격한다.”
미국 국방부가 이라크에 파견할 미군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루이지애나 포트 폴크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상훈련의 한 장면이다.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나뒹군 이라크인은 사실은 송유관 폭발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71살의 미국인이다. 비명을 지르는 이라크인들도 사실은 일당을 주고 고용한 아랍 이민자들이다.
미국 월간 <하퍼스 매거진>은 최신호에서 이처럼 헐리우드 영화를 뺨치는 미군의 가상전투 훈련을 공개했다. 미군은 실감나는 전장을 연출하기 위해 수십명의 시나리오 작가까지 동원한 이 한달짜리 전쟁연습에 대략 900만달러를 쓴다. 1년에 1억1700만달러가 넘는다.
미군은 이와 별도로 술리야라는 가상의 아랍 도시를 짓는 데 4900만달러를 들였다. 이 도시엔 29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건물에는 부녀자와 아이들의 비명, 개 짖는 소리 등 각종 소음을 내는 음향시설이 설치돼 있다. 도시 관리자는 “고무와 살이 타는 냄새 등 죽음의 냄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 시나리오는 대개 이렇게 끝난다. “미군이 저항세력에 몰살당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실제 이라크에선 우리가 저항세력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있다’고 말한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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