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인들이 미국의 오폭으로 최소 17명의 무고한 생명이 숨진 것에 항의해 반미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
“알카에다 소탕” 공습… 어린이 등 최소 17명 사망
“미국에 죽음” 대규모 시위 이틀째 전국으로 확산
세 아이를 잃은 아버지 “마을엔 외국인 없었다”
“미국에 죽음” 대규모 시위 이틀째 전국으로 확산
세 아이를 잃은 아버지 “마을엔 외국인 없었다”
미국이 최근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부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파키스탄 국경 마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 무고한 주민들을 무더기로 희생시킨 가운데 파키스탄인들의 대규모 항의시위가 이틀째인 15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해 온 파키스탄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리언 크로커 파키스탄 주재 미국대사를 불러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의사를 전달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 13일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숨어 있던 곳으로 판단한 파키스탄 북서부 다마돌라에 무인전투기 ‘프레더터’를 보내 미사일 공습을 감행해 가옥 3채를 명중시켰으나 어린이 6명 등 최소 17명의 무고한 사람만 숨졌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최대도시인 남부 카라치에서 15일 시민 1만여명이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폭격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또 다마돌라를 비롯해 수도 이슬라마바드, 라호레, 물탄, 페샤와르 등에서도 미국 국기를 불태우고 아프가니스탄에 주둔중인 미군 철수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앞서 14일에는 다마돌라 근처 주민 8천여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 군중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구호기구 사무실에 들어가 집기를 때려부수고 불을 질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번 작전을 위해 2주 가까이 알자르카위의 소재를 추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 미군과 정보 소식통들의 말을 따 이번 공격은 중앙정보국에 의해 수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앙정보국은 논평을 회피했다. 현재 알자르카위의 생사는 물론, 그가 이 마을에 실제로 숨어 있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군의 공격으로 세 아이를 잃은 샤흐 자만은 “마을엔 단 한명의 외국인도 없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아라비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알자르카위는 살아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보당국은 일부 사망자에 대해 유전자 감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리들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공격행위를 옹호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미국은 지난주에도 와지리스탄 국경 마을을 헬리콥터로 공격해 주민 8명을 숨지게 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이 일대에서 알카에다의 고위 간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아프라시보 카타크는 “미군의 행위가 파키스탄 군부통치의 인권 유린에 대한 문제제기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강문 김도형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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