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 연합뉴스
통상 미국 대선은 선거 당일 자정(미 동부 표준시 기준)이면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고 후보들이 당락을 인정해왔지만, 3일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관례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된 사전투표의 개표를 놓고 큰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쪽이 투표 당일 이후 도착하는 우편투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방침인데다, 개표 방식이 각 주마다 상이해 언제 개표가 완료될지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경합주, 그 중에서도 비중이 큰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가 완료돼야 승패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사전투표 현황 사이트인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1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는 9329만여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유권자 10명 중 4명이 이미 투표를 한 셈이다. 2016년 대선 때 총투표자 1억3650만 명의 3분의 2가량에 해당한다.
사전투표는 조기 현장투표 3404만여명, 우편투표 5925만여명으로 구성된다. 조기 및 당일 현장투표는 먼저 개표된다. 우편투표를 신청했다가 우편투표를 하지 않고 당일에 나와 투표하는 사례도 많다. 많은 주에서 이를 잠정투표로 처리된 뒤 이중투표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 뒤 개표한다. 우편투표를 신청하고 아직 회신하지 않은 유권자 수는 3195만명에 이른다. 최소한 22개주에서 우편투표를 신청했다가 당일에 현장투표를 하는 유권자에게 잠정투표권을 주고, 다른 주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이중투표를 막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잠정투표는 당일 투표를 지연시킬뿐 아니라 마지막에 개표된다.
더 큰 문제는 우편투표다. 선거 당일까지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를 처리하는 규정이 주마다 다르다. 공화당 쪽은 선거 당일까지 도착하지 않는 우편투표는 무효표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 주에서 법정 다툼을 진행중이다. 각 주 법원과 연방법원도 주마다 상이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22개주 및 수도 워싱턴디시는 투표 당일 날짜의 우편소인이 찍힌 우편투표라면, 투표일 이후에 도착해도 유효성을 인정한다. 이 때문에 8개 주에서만 투표 다음날 정오까지 98%의 비공식 개표를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민주당 성향이 확실한 캘리포니아·뉴욕 주 등 연안 대도시 지역이나, 공화당 성향이 확실한 중부 내륙주에서는 잠정투표나 우편투표 개표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가 문제이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이 20명이나 걸려있는데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4%포인트 안팎이어서 잠정투표나 우편투표의 개표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펜실베이니아는 309만여명이 우편투표를 신청해, 240여만명이 회신했고, 70만여명이 아직 회신하지 않았다. 회신한 유권자 중 66%가 민주당 등록이고, 23%가 공화당이다. 반면 당일 현장투표에서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 비중이 높다. 이를 감안하면, 현장투표 개표 초기에는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다, 우편투표가 개표되면 바이든이 뒤집을 가능성이 크다.
펜실베이니아의 개표를 더 복잡하게 하는 요인은 선거당일까지의 우편소인이 찍힌 우편투표가 11월6일까지 도착하면 유효하다는 주 당국의 규정이다. 이를 놓고 공화당 쪽은 선거당일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만 유효성을 인정하라는 소송을 진행중이고, 연방대법원은 이를 선거 뒤에 심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펜실베이니아 개표가 박빙으로 진행되면 3일 뒤 도착하는 우편투표까지 개표해야 하는데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 유효성이 결정될 수 있다. 아이오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미네소타, 오하이오, 텍사스 등 경합주도 펜실베이니아처럼 투표 당일 이후에 도착하는 우편투표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어, 개표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이들 경합주의 개표가 박빙으로 진행된다면, 이번 미국 대선의 최종적인 개표 결과는 지난 2000년 대선처럼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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