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지난 4일 ‘비트코인 2021 컨벤션’ 행사장 조형물 주변을 지나고 있다. 마이애미/AFP 연합뉴스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암호화폐 사기도 크게 늘어났다.
암호화폐 사기는 지난해 10월~올해 3월 사이에 미국에서만 8200만달러(약 912억원) 규모로 한해 전 같은 기간보다 10배나 증가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7일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당국에 신고한 액수여서, 실제 사기 피해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기가 급증한 이 기간은 한때 비트코인의 가격이 450% 뛰어 5만9천달러(약 6500만원)에 이르는 등 폭등한 시기였다. 비트코인은 이후 3만6천달러(약 4천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는 높은 가격이다. 암호화폐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지면서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규제의 부재가 사기꾼들이 활개 칠 토양을 마련해준 것이다.
영국 런던에 사는 약사 보조원 서배스천(28)은 날마다 1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덜컥 새로운 암호화폐 ‘LUB’에 1만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을 투자했다가 날렸다. 그는 뒤늦게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을까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후회했다.
세심한 투자자들도 이런 사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암호화폐 헤지펀드 매니저 스테펀 친이 뉴욕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의 차익거래로 최대 월 수익 20% 이상을 올릴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펀드에는 돈 많은 투자자가 다수 가입했으며, 뉴욕의 다국적 은행에서 일한 금융전문가 두명도 투자했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잔칼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돈을 쫓는 나쁜 악당들은 늘 있다”며 “암호화폐 산업이 성숙하고 감시능력이 더 향상됨에 따라 사법 당국이 범죄를 따라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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