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레바논 북부 악카 지방에서 연료탱크 폭발로 적어도 28명이 숨졌다. 화가 난 시민들이 연료탱크 소유주의 집에 불을 지른 모습. 탈릴(악카)/EPA 연합뉴스
레바논에서 15일 연료 탱크가 폭발해 적어도 28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 이날 사고는 레바논 북부 악카 지역에서 석유 밀매업자들이 숨겨놓은 연료 탱크를 군당국이 적발해 탱크 안의 가솔린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던 중에 일어났다고 <로이터>가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에는 연료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주유소마다 기름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고, 발전소 가동도 차질이 빚어져 단전이 잦다.
이번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누군가 가솔린 탱크에 총격했다거나 누군가 탱크에 라이터를 던져 불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목격자들은 사고 당시 현장에 200여명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있다가 화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진 압둘라흐만은 “사고 당시 탱크 바로 옆에 몇백명이 모여 있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신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이스마일 알 셰이크는 “군인들이 가솔린을 나눠준다는 얘기를 듣고, 모두들 플라스틱 통을 들고 기름을 받으려고 모였었다”고 말했다.
미셸 아오운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의 사랑하는 악카에 떨어진 이번 비극으로 레바논 국민 모두가 마음속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며 사법당국에 이번 폭발사고의 경위 등을 조사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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