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탈레반 정치대표부 부대표 셰르 아바스 스타네크자이가 <비비시> 회견에서 “탈레반의 새 정부 구성이 3일 발표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비시> 화면 갈무리
탈레반이 3일 아프가니스탄 정부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타르 탈레반 정치대표부의 부대표 셰르 아바스 스타네크자이는 1일 영국 <비비시>(BBC) 회견에서 탈레반 새 정부가 이틀 안으로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포용적”일 것이고, “여성도 포함되지만 고위직은 아니고 더 낮은 직급에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20년간 아프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2년 전부터 시작된 미국 및 아프간 정부 등과의 협상에서 “새로운 이슬람 정부에서 여성도 대통령이나 총리직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역할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타네크자이 부대표가 언급한 ‘더 낮은 직급’이 장관급 각료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구성되는 탈레반 정부는 정치와 종교를 모두 관할하는 최고지도자 밑에 대통령이나 총리가 정부를 관할하는 ‘이란식 신정 체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훈자다가 칸다하르에서 사흘간 탈레반 고위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 구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훈자다가 어떤 형식으로든지 탈레반 체제에서 최고지도자가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 끝난 이 회의는 새 정부가 이란식 신정 체제와 비슷한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탈레반 문화위원회의 아나물라 사망가니는 아프간 <톨로 뉴스>에 “아훈자다가 정부의 지도자가 될 것이며 이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새 정부에서는 탈레반 2인자들인 대외 및 정무 대표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 하카니 분파의 수장으로 군사 분야 담당인 시라주딘 하카니, 창립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무하마드 야쿠브가 핵심 각료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의 공동창립자로서 현재 대외적으로 대표 역할을 하는 바라다르는 외무장관, 야쿠브는 국방장관, 하카니 집안의 할릴 하카니는 내무장관에 임명된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탈레반이 공언하는 ‘포용적인 새 정부’에서 가장 주목되는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국가화합고위위원회의 압둘라 압둘라가 기용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카르자이 전 대통령을 새 정부에 기용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정부 구성과 권력 이양 작업에 협조하는 카르자이는 정부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중재와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는 창립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와 인연이 깊은 탈레반 운동의 정통 인사들이 대거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방송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포로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압둘 카윰 자키르가 국방장관에 기용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재무장관에는 탈레반 재정위원회의 수장인 굴 아가, 내무장관에는 이브라힘 사드르가 기용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25일 전한 바 있다. 아가와 사드르는 이미 장관 대행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는 무하마드 오마르와 인연이 깊고 탈레반의 탄생지인 헬만드주 및 칸다하르주 출신의 군사 지도자들이다. 재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아가는 오마르의 어릴 적 친구다. 그를 제재 명단에 올린 유엔과 인터폴의 고지는 “그의 허락이 없다면 오마르와의 접견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장관 후보 중 하나인 자키르 역시 오마르의 측근인 야전사령관이다. 그는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때 체포돼 2007년까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다. 내무장관 후보로 언급되는 사드르 역시 탈레반 내에서는 초창기부터 신뢰받던 인물로 평가된다.
탈레반은 카불에 입성한 직후 이미 중앙은행 총재 대행으로 하지 모하마드 이드리스를 임명한 바 있다. 북부 자우즈잔주 출신인 이드리스는 오마르에 이은 2대 지도자였던 아흐타르 만수르의 측근으로 재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아프간의 34개 주지사 대부분은 탈레반 사령관들 중에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