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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나이지리아발 석유대란 위기감 고조

등록 2006-02-20 18:49

무장단체, 유전지대 습격·인질극
“석유 못가져가” 전면전 선포
생산량 20% 수출 중단
국제 원유·휘발유 선물 급등
나이지리아발 석유위기가 올 것인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석유 통제권과 유전지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무장단체로 소란스럽다. 이들은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 셸의 기술자들을 인질로 잡고, 외국 석유회사의 유조선을 공격하는 등 ‘전면전’을 선언했다.

무장단체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은 18일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인 남부 니제르 델타의 석유수출항인 포르카도스 근처 송유관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미국과 영국, 타이인 등 기술자 9명을 인질로 잡았다. 셸의 원유수출 설비도 파괴했다. 지도자인 에피에 알라리는 19일 <에이피통신>에 “로켓을 사용해 외국 유조선들이 우리의 석유를 가져가지 못하게 막겠다”고 추가 공격을 경고했다. 이미 17일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외국 석유기업들과의 ‘전면전’도 선언했다.

나이지리아 석유의 50% 가량을 생산하는 셸은 이번 공격으로 하루 40만배럴을 선적하는 포르카도스 원유 선적 터미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하루 11만5천배럴을 생산하는 근처 해상유전에서는 기술자들을 철수시켰다. 하루 240만배럴인 나이지리아 1일 원유생산량의 20%가 넘는 51만5천배럴의 원유 수출이 한꺼번에 중단된 셈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19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팀을 꾸렸다. 하지만 이전의 인질사태와는 달리 무장단체들이 정치적인 요구를 들고 나와, 해결이 쉽지 않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세계 8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미국의 다섯번째 원유 공급국(하루 110만배럴)이다. 다음달 오펙 각료회의에서는 100만배럴 감산이 예상된다.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도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주말과 프레지던트 데이인 20일 휴장에 앞서 뉴욕거래소에서는 17일 나이지리아 무장단체의 ‘전면전’ 선포 소식이 전해지자, 서부텍사스산 원유 3월 인도분 가격이 전날보다 1.42달러(2.43%) 급등한 59.88달러로 마감했다. 휘발유 선물 가격은 6% 넘게 급등했다. 5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20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국제유가는 전 거래일에 비해 1% 이상 상승했다.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의 불안은 뿌리가 깊다. 원유가 생산되는 니제르 델타 지대의 강과 늪, 산림의 주민들은 정부가 막대한 석유 수입을 독점해, 자신들을 빈곤에 허덕이게 만들었다고 원망한다. 학교와 도로, 전기 공급 등 정부의 지역개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원유 생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로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됐다. 최근 몇년 동안 ‘서방 석유 메이저들이 석유 이익을 다 가져간다’는 무장단체의 구호는 빈곤에 찌든 이 지역 주민들을 사로잡았다. 내년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오바산조 대통령과 현 정부의 부패에 대한 반발도 깊다.

델타 지역 무장단체들은 외국계 기업 유전 기술자들을 납치한 뒤 몸값을 받거나 송유관에서 대량의 석유를 훔쳐 동유럽 등의 암시장에 팔아 넘기며 거액의 자금을 마련해왔다. 이 자금은 대량의 무기를 사들이고, 반정부 운동을 벌이는 물질적 토대가 됐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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