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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직전 멈춰 선 이란 핵협상, ‘우크라 전쟁’이 변수”

등록 2022-05-02 17:17수정 2022-05-03 02:35

인터뷰│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 교수

“러, 이란 석유 수출 원치 않아
우크라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도 장애 원인
협상중단 길면 재개 어려워져”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프로젝트 팀장(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프로젝트 팀장(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북핵과 함께 국제사회의 해묵은 골칫거리가 된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은 어디쯤 와 있을까. 지난 2월 말만 해도 미국 등 협상 당사국들과 이란 사이에 곧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암초를 만난 협상은 두달 가까이 멈춰 서 있다. <한겨레>는 외교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 조지타운대 교수와 지난달 28일(지난달 29일 출국) 만나 협상의 진행 상황에 대해 물었다. 바에즈 교수는 2015년 7월 ‘이란 핵협정’(JCPOA) 체결 당시 막후 조율 작업에 참여했고, 현재는 비정부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팀장을 맡아 이번 협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이란 핵협정 복원을 위한 협상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 초 협상 문안이 거의 완성된 상태였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부과된 제재 해제 문제 정도가 남은 쟁점이었다. 미국은 혁명수비대가 자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는 전제 조건을 요구했고, 이란도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서면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란 핵협정이 다시 살아나면, 러시아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란에 있는 우라늄을 포함한 핵물질을 러시아가 회수한다. 러시아는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이란에 제공해야 할 핵연료 등과 관련해 기존 대이란 제재의 유예를 요구했다. 서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러시아는 두번째 서면 요구서를 제출하고 추가 요구 사항을 내놨다. 이란과 다방면에 걸친 관계, 곧 금융·무기수출·무역 등과 관련된 모든 제재를 유예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서구는 점진적으로 해제해야 할 대이란 제재에 러시아가 구멍을 내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반대로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구가 가한 여러 제재를 이란이라는 ‘뒷구멍’을 통해 회피할 수 있다.) 결국 (지난 3월11일) 협상이 멈췄고, 지금까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왜 그런 요구를 내놨다고 보나?
“러시아는 서구의 우려를 줄일 필요도 없고, 이란산 원유가 세계 시장에 풀리는 것도 원치 않았을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가 풀리면 서구엔 도움이 되지만 러시아엔 타격이 될 수 있다. 혁명수비대가 미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도 이란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이란 내부 보수파 쪽에선 2020년 1월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피살 사건에 대한 보복을 할 수 없게 되는 탓에 반발이 컸다. 러시아는 제출한 지 일주일 만에 두번째 서면 요구서를 회수했지만, 협상은 여전히 멈춰 선 상태다. 전형적인 ‘치킨 게임’ 상황(서로 상대의 양보를 기대하며 강경한 자세를 꺾지 않는 상황)이다. 양쪽 모두 오판을 많이 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없다. 지난해 4월부터 진전시켜온 28쪽 분량의 합의 문서가 위험해졌다.”

―협상 재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0~100% 기준으로 하면.
“25% 정도다. 협상 중단이 길어질수록 재개는 어려워진다. 러시아가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과 이란이 합의하더라도 타결이 안 된다.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이행 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다면 협상이 가능할까? 이 같은 압박 요인이 많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핵 능력이 높아지면, 이스라엘이 더 참지 못하고 무장 능력을 동원할 수 있다. 2015년 합의 이전에 이란은 서너달이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합의를 통해 그걸 1년으로 늘렸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5월 합의를 파기한 뒤 이란의 핵 능력이 진전을 이뤘다. 이란은 현재 핵탄두 여러개를 만들 수 있는 60% 순도 이상의 무기급 우라늄을 확보(국제원자력기구는 확보 물량을 33.2㎏이라 추정)하고 있다. 핵무장까지 걸리는 기간이 열흘 정도라는 평가도 있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6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년’에서 ‘몇주’ 정도로 줄었다”고 증언했다.)

―이란 핵 문제는 여러모로 북핵 문제와 닮았다. 국제사회가 적극 대응하지 않아 북은 결국 핵을 개발했다.
“이란은 아직 (핵 개발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북한에 비해 이란은 나라도 크고, 인구도 많고, 지역 정세에 끼치는 영향력도 크다. 이 모든 게 핵무장을 하는 순간 달라질 수 있다. 주변 다른 나라들도 핵무장을 하게 될 수 있다. 핵무기를 몇기 가져야 하는지, 얼마나 고도화해야 하는지, 2차 타격 능력은 갖춰야 하는지 등 고려할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이 모든 걸 걸고 핵무장을 해야 할까? 카타르나 바레인 등이 핵무장을 한다면? 이란으로선 잃을 게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재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최대의 압박’을 통해 날려버린 자금이 1조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이스라엘 등의 공격까지 받는다면, 최종적인 억지력을 원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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