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2020년 3월 31일 테헤란에서 촬영했다. AP 연합뉴스
영국의 외교관 등 외국인들이 간첩 혐의로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체포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현지시각)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외교관이 체포된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이란의 국영방송은 이날 이란 주재 영국 외교관인 자일스 휘터커를 포함한 외국인들이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미사일 훈련을 한 이란 중부 사막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다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휘터커가 가족과 함께 중부 이란에 있는 화면을 보여주며 그곳이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데도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샘플을 채취하고 사진을 찍었다”며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이 관광객 행세를 하면서 군사시설, 미사일 발사 장소를 찾는다. 군 장비와 탄약을 식별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방송은 “휘터커가 당국에 사과한 뒤 그곳에서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에서 영국 외교관이 체포됐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주재 영국 대사관 대변인 사무얼 히스는 “휘터커는 더는 이란에서 근무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방송은 이란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 문화 담당 아타셰의 남편도 체포됐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이에 대해 즉각 논평하지 않았다. 또 마치에이 발착이란 이름의 폴란드 대학의 교수도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발착 교수가 과학 교환 프로그램으로 이란에 온 뒤 동료들과 함께 혁명수비대의 미사일 훈련장 근처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했다고 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중 국적자와 외국인들 몇십명을 간첩 혐의 또는 안보 관련 혐의로 체포했다. 이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서방에서는 이란이 간첩 혐의 등으로 외국인을 체포한 뒤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란은 이런 정치적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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