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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앙숙’ 이스라엘-레바논 해상경계 합의…가스전 나눠 개발키로

등록 2022-10-12 14:56수정 2022-10-13 02:32

미 에너지안보특별대사가 중재안 내놔
가스전 개발땐 러 대체공급처 찾는 유럽에 도움
레바논의 미셸 아운 대통령(왼쪽)이 11일(현지시각) 대통령 공관에서 나지브 미카티 임시 총리를 만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레바논의 미셸 아운 대통령(왼쪽)이 11일(현지시각) 대통령 공관에서 나지브 미카티 임시 총리를 만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가스가 매장된 앞바다의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겪어온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해상경계 획정에 전격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해저 가스전이 본격 개발되면 적잖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두 나라 사이의 군사적 긴장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해상 분쟁을 해결하는 역사적인 합의에 이르렀다”며 “이 합의가 이스라엘의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도 합의 내용이 만족스럽다며 “두 나라의 경계 획정 합의가 곧 공식 발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동의 대표 앙숙인 두 나라는 지금도 서로 으르렁대는 ‘준 전시’ 상태에 있다.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해 2000년까지 남부 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했었다. 2006년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전쟁도 치렀다. 이스라엘에 이란~시리아~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연대는 하루 빨리 제거해야 할 눈엣가시였다.

첨예하게 갈등해 오던 양국 간 협상이 시작된 것은 2020년부터였다. 협상은 몇 차례 결렬을 고비를 맞는 등 쉽게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협상을 중재해온 아모스 호치스틴 미국 에너지안보특별대사가 이달 말 내놓은 중재안에 이스라엘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레바논이 미국의 중재안에 몇 가지 이의를 제기하자, 이스라엘은 애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거듭된 설득과 중재로 이날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번 합의를 “역사적 돌파구”라고 반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가 해상 경계 분쟁을 공식 끝내기로 합의했다”며 “이제 모든 당사자가 합의를 지지하고 이행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합의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도된 내용을 보면 두 나라의 경계에 있던 해상 가스전의 혜택을 나누는 방식으로 합의됐다. 핵심적인 분쟁 가스전이었던 ‘카리쉬 가스전’(Karish gas field)은 이스라엘이 통제하기로 하고,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카나’(Qana) 가스전은 레바논이 맡아 개발하기로 했다.

카리쉬 가스전을 차지한 이스라엘은 가능한 한 빨리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나 가스전은 곧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이 레바논으로부터 면허를 취득해 탐사 및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향후 수익금이 생기면 일부 몫을 분배 받게 된다. 가스전이 개발되면, 러시아를 대신할 공급원을 찾고 있는 유럽의 에너지 사정도 나아지게 된다.

하지만 합의가 실제 이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레바논은 남부 지역을 실질 장악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지지가 필요하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레바논 정부가 합의를 공식 지지하면 우리도 정부 입장을 따르겠다”며 심각한 경제난 극복에 해상 가스 개발이 “유일한 출구”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1일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에선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익 리쿠르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전 총리는 이 합의를 헤즈볼라에게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에서 이겨 정부를 다시 맡게 되면 레바논과 어떤 합의에도 구속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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