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예리코 교도소를 둘러싸고 10여시간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격 뒤,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줄지어 끌려나오고 있다. 예리코/AP 연합
KBS 기자 피랍 부른 예리코 교도소
공격 직전 영국 감시요원 철수
팔레스타인 “범죄 공모” 비난
두 나라는 “안전위해” 해명
공격 직전 영국 감시요원 철수
팔레스타인 “범죄 공모” 비난
두 나라는 “안전위해” 해명
용태영 <한국방송> 특파원의 납치를 부른 이스라엘군의 예리코 교도소 공격 당시 이곳을 감시하던 영국 요원들이 철수해 방조 의혹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4일 요르단강 서안 예리코 교도소를 공격하기 직전에 이곳을 관리하던 영국 요원들이 철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은 관리요원들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이스라엘과 ‘범죄’를 공모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타우피크 아부쿠사 팔레스타인 내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시작되기 15분 전 영국 관리요원들이 모두 교도소를 빠져나갔다”며, 영국 관리요원들의 철수 시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관리요원들이 교도소를 빠져나가자 이스라엘군이 포위작전을 개시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관리요원들의 철수를 확인한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불도저, 헬리콥터를 동원해 10시간 가까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예리코 교도소는 지난 2002년 8월 팔레스타인과 미국·영국이 맺은 이른바 ‘라말라 협정’에 따라 미·영의 관리를 받아왔다. 이스라엘군이 아메드 사다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지도자를 넘겨줄 것을 요구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건물을 포위하자, 미·영은 이스라엘을 설득해 이 협정을 이끌어냈다. 사다트를 팔레스타인 지역인 예리코 교도소에 구속하되, 미·영이 이를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각각 8명과 12명의 감시요원을 예리코 교도소에 파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예리코 교도소 포위에 들어갈 무렵 교도소엔 영국 감시요원들만 있었다. 미국 감시요원들은 교대근무 원칙에 따라 출근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감시요원들의 철수 사실을 미리 팔레스타인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미국과 영국은 감시요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이들의 철수를 옹호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있기 며칠 전부터 팔레스타인에 감시요원들의 안전 대책을 요구했으나, 쇠귀에 경읽기였다고 항변한다. 아담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8일 영국 정부와 함께 감시요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철수할 수도 있다고 문서로 경고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감시요원들의 안전은 일차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예리코 교도소가 함락된 직후 미국과 영국을 향해 분노를 떠뜨렸다. 수백명의 군중이 영국문화원에 난입해 불을 질렀고, 무장괴한들이 미국학교를 공격했다.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자 칼레스 메살은 <아에프페(AFP)통신>에 “이스라엘의 범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누구든 이번 범죄에 개입했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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