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3일 대국민 연설에서 “독립된 기구의 조사 결과, 지난해 말 남아공 항구에 들른 러시아 화물선이 남아공에서 제공한 무기를 싣고 갔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남아공의 무기 제공설은 지난 5월 루번 브리지티 남아공 주재 미국 대사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브리지티 대사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화물선이 케이프타운의 해군 기지에 정박해 남아공이 제공한 무기를 싣고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과 이에 따른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남아공이 취했던 외교적 중립 입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따라 남아공은 은퇴한 판사가 이끄는 독립된 조직에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이와 관련해 무기 제공설이 남아공의 경제와 위상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화물선이 남아공에서 러시아로 무기를 옮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걸 조사위가 밝혀냈다”며 “어떤 무기 수출 허가도 없었으며 어떠한 무기도 수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당시 화물선은 2018년 남아공의 군수업체가 남아공 국방부의 요청으로 주문한 물자를 운반해온 뒤 해군기지에 정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화물선에서 해군기지에 부린 물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군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문제를 살펴볼 때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며 “그런 주장을 한 누구도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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