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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6 19:03 수정 : 2005.02.16 19:03

이라크총선 제2의 정치세력 급부상 불구
과도한 권력지분·독립 추진땐 아랍 강력반발 예상돼

이라크 제헌의회 총선 결과 제2의 정치세력을 떠오른 쿠르드족이 향후 정국에서 ‘킹 메이커’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쿠르드 자치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쿠르드족이 다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는 전망 속에 〈에이피통신〉은 15일 최근의 이런 사태변화와 관련해 인접국 터키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수십년간 쿠르드족의 독립을 반대해온 터키로선 이라크내 쿠르드족이 이번 선거결과를 토대로 독립을 추구할 경우 자국내 1200여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족 분리를 자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명운 건 세번째 도박=‘중동의 집시’로 불리는 쿠르드족은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세차례 종족의 운명을 건 ‘정치적 도박’을 벌인 바 있다.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독립을 꿈꾸던 쿠르드족은 이란 편에서 전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를 좌시하지 않았고, 88년 3월 ‘안팔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쿠르드족 탄압에 나섰다. 북부 할라브자 지역에서 후세인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쿠르드족 수천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당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후세인 정권을 지원했던 미국은 이를 별로 문제삼지 않았다.

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뒤 미국은 후세인 정권에 맞서 싸우도록 쿠르드족을 부추겼다. 당시 ‘아버지’ 부시 정권은 쿠르드족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막상 쿠르드족이 봉기하자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결국 수많은 희생자가 난 뒤에야 쿠르드족 보호를 명분삼아 미국은 이라크 북부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후세인 정권을 직접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쿠르드족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때 민병대 페쉬메르가를 투입하는 등 적극 가담했으며, 대부분의 수니파들은 이런 쿠르드족을 ‘반역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쿠르드족으로선 세번째 ‘베팅’을 한 셈인데, 그 결과는 이번 선거에서 올린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졌다.

불안한 ‘킹 메이커’=제헌의회 선거에서 예상밖의 선전으로 잘랄 탈라바니 쿠르드애국동맹(PUK) 의장이 유력한 새 정부 대통령으로 거론될 정도로 쿠르드족의 정치적 위상은 확고해졌다. 그러나 쿠르드족의 급부상이 후세인 정권의 주력이었던 수니파의 정치적 몰락과 맞물린 탓에 수니파 불만의 표적이 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이번 선거에서 이라크 전체 인구비율(15~20%)보다 높은 득표율(약 26%)을 올리면서,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쿠르드족에겐 부담이다.

새 정부에서 쿠르드족이 과도한 권력지분을 요구하거나, 오랫동안 염원해 온 ‘독립’의 꿈을 섣불리 추진하다간 앞선 두차례의 쓰라린 경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쿠르드를 견제하기 위해 시아파와 수니파가 뭉치면서 ‘아랍-쿠르드 대립’이라는 갈등구도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탓이다. 이번에 함께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북부 유전지대의 심장부인 키르쿠크 주의회 의석의 약 60%를 확보하면서 이런 구도가 벌써부터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르드족은 오래 전부터 키르쿠크를 독립 쿠르디스탄의 수도로 염두에 둬 왔다.

〈로이터통신〉은 “선거결과가 발표된 직후 쿠르드 주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지만, 아랍족과 투르크멘족은 ‘선거부정이 만연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기세”라고 보도했다. 터키를 비롯해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이란 등지에도 상당수 쿠르드족이 흩어져 살고 있어, 이들 국가들도 이라크 쿠르드족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 이라크 새 총리후보 자파리는 누구

시아파 지도자 시스타니 처남
"외국군 조기철군 요구 안할것”

%%990002%%제헌의회 선거에서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리며 새 정부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통일이라크연맹(UIA)이 차기 총리 후보로 이브라힘 자파리 (58·사진) 현 임시정부 부통령을 내정했다고 <에이피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유력한 경쟁자였던 아델 압둘 마흐디 재무장관은 전날 총리직을 맡을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와 함께 통일이라크연맹의 양대 축인 다와당 당수인 자파리 부통령은 이날 <에이피>와의 회견에서 “이슬람은 이라크의 공식 종교이며, 제헌헌법의 주요 뼈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총리에 지명되면 만연한 유혈·폭력사태를 뿌리뽑고 치안을 확보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며 외국군 조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했다.

1947년 시아파 성지인 중부 카르발라에서 태어난 자파리 부통령은 북부 모술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이다. 일찌감치 정치에 눈을 뜬 그는 19살 나던 해인 1966년 시아파 최대 정당인 다와당에 입당했다. 1980년 사담 후세인 정권의 무자비한 시아파 정치조직 탄압이 시작되자 망명 길에 올라 시리아를 거쳐 이란에서 10년을 보냈다.

1990년대 영국으로 무대를 옮긴 뒤 다와당 런던지부 대변인 등을 거치며 왕성한 반 후세인 활동을 벌인 자파리 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귀국해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같은 해 7월 미국에 의해 과도통치위원에 임명된 그는 임시정부 출범과 함께 2명의 부통령 가운데 1명에 임명되면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왔다.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의 처남이기도 한 그는 무크타다 사드르 등과 함께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제헌의회 총선 불참을 주도했던 수니파 종교지도자 모임인 이슬람학자협회(AMS)가 정치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외국군 철수 시한을 밝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나섰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 단체는 이런 주장을 담은 성명을 15일 바그다드의 움 알쿠라 사원에서 열린 회합에 참가한 시아파 강경 지도자 사드르 진영 등 27개 조직의 공동명의로 발표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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