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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슬람 뱅킹’을 아시나요?

등록 2006-06-12 18:37

이자 금지한 율법 지켜 대출도 예금도 무이자
무슬림 이민자 상대 ‘샤리아 계좌’ 5천억달러
이자를 주고받는 것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따르는 이른바 ‘이슬람 뱅킹’이 국제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는 이슬람 뱅킹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고 10일 보도했다.

영국의 대형 은행 로이즈티에스비(TSB)는 지난해 영국 은행 가운데선 처음으로 예금이자를 주지 않고, 당좌대출도 허용하지 않는 ‘샤리아 계좌’를 개설했다. 이자를 받는 것을 죄악시하는 무슬림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영국 이슬람위원회 의장인 이브라힘 모그라는 “샤리아는 이자를 받는 행위를 신의 보상을 가로채는 행위로 간주한다”며 “지금까지 영국의 무슬림들은 이런 종교적 신념에 반해 은행을 이용해 왔다”고 말했다. 영국의 무슬림들은 2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슬람 뱅킹은 돈을 빌려줄 때도 이자를 물리지 않는다. 샤리아는 이자를 물리는 것을 고리대금업으로 치부한다. 이 때문에 시티뱅크와 에이치에스비시(HSBC), 유비에스(UBS) 등 국제적인 투자은행들도 일부 서비스에 이자를 받지 않는 이슬람 뱅킹을 적용하고 있다. 은행이 주택구입 자금을 장기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모기지의 경우, 집을 사서 빌려주고 집세를 받는 형식을 취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런 이슬람 뱅킹 규모가 적게는 2천억달러, 많게는 5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이슬람 뱅킹을 선보인 파이잘 파이넌스 관계자는 “이슬람 뱅킹은 해마다 10% 가량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뱅킹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 뱅킹은 고객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은행은 이익이 날 때까지 수익을 추구하지 않을 뿐이다. 또한 도박이나 술, 포르노 같은 비윤리적인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최근 바레인과 두바이의 금융회사와 함께 이런 원칙에 충실한 ‘샤리아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20억달러 규모의 이 펀드는 교육과 미디어, 에너지,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만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영국에선 지난해 무슬림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 펀드가 선보이기도 했다.

이슬람 뱅킹은 전세계 10억 무슬림들을 겨냥한다. 무슬림들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는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넓히려는 국제 금융자본의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유럽에만 1500만명 이상의 이슬람계 주민이 살고 있는데, 10년 뒤엔 이 숫자가 갑절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름값 상승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오일머니를 끌어들이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금융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내지 7년 간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8천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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