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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대통령-총리 내분 동티모르 권력투쟁

등록 2006-06-22 18:53수정 2006-06-23 01:57

총리 “석유자원 노린 외세의 쿠데타 기도”
대통령, 총리 사퇴 거부하자 “내가 사임”
군인들의 ‘반란’에서 시작된 동티모르의 폭력사태가 한때 독립운동의 동지였던 대통령과 총리의 전면적인 권력투쟁으로 번지고 있다. 총리가 대통령의 사임 요구를 거부하자, 이번엔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등 정국이 갈수록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폭력사태 이후 사임 압력을 받아온 마리 알카티리 동티모르 총리는 22일 포르투갈 통신사와 전화 회견에서 “섣부른 결정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사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앞서 샤나나 구스망 대통령은 21일 알카티리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결정할 기회를 줄테니 사임하지 않으면 해임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구스망 대통령은 이에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내일 의회에 편지를 보내 사임 의사를 밝히겠다”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한 모든 악행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4년 동안 20만명을 희생시킨 인도네시아 점령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인 끝에 4년 전 독립한 동티모르의 정국이 다시 안갯속에 휩싸였다.

앞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방송은 알카티리 총리의 측근인 호제리우 로바투 전 내무장관이 민간인들에게 무기를 제공하면서 정적들을 암살하도록 했으며, 알카티리 총리가 여기에 개입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로바투 전 장관을 체포해 조사 중인 검찰은 알카티리 총리가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사태는 갈수록 총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총리 관저 앞에는 날마다 100여명의 시위대가 사임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알카티리 총리는 “외세가 개입한 쿠데타 시도”라며 맞서고 있어, 이번 사태가 석유자원을 노린 외세의 개입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비비시방송>은 “알카티리 총리를 차갑고 거만한 인물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와 티모르해 유전개발 협상을 벌이면서 동티모르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능숙하게 협상을 해 왔다”고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동티모르 사이 티모르해저에는 대량의 원유·가스가 매장돼 있다. 인구의 절반 정도가 빈곤선 아래서 살아가는 동티모르에 이 유전 개발 수익이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다. 국경선을 고려하면 원유·가스의 80%가 동티모르 쪽 해역에 있지만, 오스트레일리아는 50 대 50으로 나눌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알카티리 총리는 2004년 중국 석유회사를 끌어들이는 등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탐사보도 기자 존 필저는 영국의 주간 <뉴스테이츠맨> 최신호에 “알카티리 총리는 ‘경제적 민족주의자’로, 세계은행의 개입과 민영화에 반대했으며, 유전 개발 협상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나친 요구에 반대해 왔기 때문에 외세가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월 동티모르군 1400명의 절반에 가까운 600여명의 병사들이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았다며 파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알카티리 총리는 3월 이들을 해고했다. 해고된 병사들은 5월 중순 수도 딜리 일대를 습격해 반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폭도들이 가세해 방화와 약탈이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적어도 30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15만명이 집을 잃고 대피했다.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정부는 5월 말 오스트레일리아에 파병을 요청했고, 오스트레일리아군이 주축이 된 2200여명의 평화유지군이 딜리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훈련 받은 반란군 지도자 알프레도 레이나도 소령은 총리 사임설이 나도는 가운데 21일 무기를 오스트레일리아군에 넘겨주기 시작했다. 그는 구스망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무장을 해제한다고 밝혔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반란군들은 무기를 넘겨주는 대가로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해져,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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