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바논베이루트공항 로켓 공격·남부 공습…전면전 우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다시 이스라엘-아랍권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13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자국 병사 납치에 대한 보복으로 베이루트공항을 공격해 폐쇄하는 등 전면공세를 펼쳤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침공은 2000년 레바논 철수 이후 처음이며, 1982년 이후 최대 공세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6월28일부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자국 병사 구출을 이유로 가자지구에 전면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이로써 하마스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 사건은 이스라엘 남북 양쪽으로 두개 전선을 만들어내는 아랍-이스라엘 분쟁으로 확대됐다.
남북 양쪽에서 전면공세=이스라엘군은 13일 새벽 헤즈볼라가 장악한 베이루트 외곽 지역 베이루트공항의 활주로 3곳 중 2곳을 로켓탄을 쏘아 파괴했다고 <에이피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전날 오전 이스라엘 국경지대를 순찰하던 이스라엘 병사를 공격해 3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며 남부 레바논 지역을 공격해 헤즈볼라 요원들의 거점뿐 아니라 도로와 다리 등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일가족 12명이 몰사하는 등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적어도 민간인 27명이 숨졌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국경지역인 나하리야시에 60여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서, 이스라엘 민간인 1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에서도 이날 새벽 가자지구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외무부 청사를 공격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관계자의 집이 있는 가자지구의 3층 건물을 폭격하는 등 공격을 감행해 팔레스타인인 23명이 숨졌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공격으로 하마스 폭발물 전문가인 무하마드 다이프가 다쳤다고 주장했으나 하마스는 이에 대해 거짓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역내 전면전으로 비화 우려=이스라엘은 자국 병사의 납치가 헤즈볼라,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공조 작전이라고 보고, 강력히 응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스라엘인을 납치한 뒤 아랍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은 헤즈볼라의 전형적 수법이라며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헤즈볼라는 2004년에도 이스라엘 사업가를 납치해, 이스라엘에 수감된 400명의 팔레스타인인과 레바논 주민들의 석방을 관철시킨 바 있다. 헤즈볼라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도 “이스라엘 병사를 인도하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을 석방하라”며 “가자시티에 붙잡혀 있는 병사의 석방을 포함한 포괄적 교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아랍 전역 이슬람 무장단체들 사이의 공조를 분쇄한다는 차원에서 강경대응의 끈을 더욱 조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과 미국은 납치를 주도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배후를 시리아와 이란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전면공세는 아랍 주변국과의 분쟁으로 비화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 외지들은 분석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헤즈볼라의 습격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테러행위”라며 헤즈볼라에 대한 오랜 지원을 이유로 시리아와 이란에 책임을 물었다. 이스라엘도 이미 레바논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시리아와 이란도 공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시리아의 파루크 알샤라 부통령은 납치공격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지배는 레바논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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