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의 긴 내전과 이스라엘군의 잦은 침공으로 고통을 겪어온 레바논이 또 다시 분쟁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애초 시리아 영토였던 레바논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령으로 편입된 뒤 1941년 독립을 선언한다. 1932년 기준으로 인구의 약 54%를 차지하는 마론파 기독교도와 이슬람 인구의 불안한 동거는 고통의 시발점이 됐다.
1970년 요르단 정부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봉기를 무력진압한 ‘검은 9월’ 사건이 터지자,팔레스타인 난민들은 레바논 남부로 들어와 대 이스라엘 무장투쟁을 벌였다. 위협을 느낀 기독교도들이 자체 민병대(팔랑헤)를 강화했고, 이슬람 주민쪽과 충돌이 잦아지면서 급기야 1975년부터 내전이 일어난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무장투쟁을 구실로 이스라엘도 레바논을 침공한다. 1982년 이스라엘군은 기독교 민병대가 베이루트 외곽 팔레스타인 난민촌인 사브라와 샤틸라에서 수천명을 학살하는 것을 묵인했다. 1980년대 초반 이란의 지원을 받은 이슬람 시아파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가 탄생해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공격을 벌여왔고 이스라엘도 이에 맞대응했다.
2000년 이스라엘군 철수 이후 잠잠했던 레바논이 다시금 혼란으로 빠져들자 레바논인 대다수는 이번 헤즈볼라의 납치공격을 씁쓸해하고 있다고 <비비시(BBC)>가 14일 보도했다. 한 시아파 주민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했을때 헤즈볼라가 한 일은 훌륭했다”며 “그러나 왜 철수한 이스라엘군에게 우리 삶을 다시 파괴할 빌미를 주었는가”라고 반문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