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등 아랍 강경파 영향력 확대에 초강경 작전
이스라엘은 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까지 침공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이 변호하는 대로 ‘자위권 행사’라고 볼 수 있을까?
우선, 이스라엘 국내 정치를 들여다 보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는 헤즈볼라가 오히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의 구원투수가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납치 공격이 있기 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의 구출과 하마스의 로켓 공격 중단을 명분으로 3주째 전투를 벌였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민간인을 살상한다’는 국제적인 비난만 받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해 가자 철수 결정에 동조했던 올메르트 총리는 “하마스의 납치 공격은 올메르트의 온건 정책의 실패”라는 강경파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8명을 사살하고 2명을 납치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헤즈볼라는 유엔이 그은 국경선을 넘어 공격을 감행했고, 2년 전 미국과 프랑스의 주도로 통과된 유엔 안보리의 무장해제 결의안을 무시해 온 상황이어서, 올메르트가 강경정책을 내세우는 데 유리했다. 올메르트로서는 내부의 비판을 무마할 수 있는 여유를 번 셈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정부는 현재 레바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가자지구에서는 공습과 함께 이집트를 통한 간접협상도 병행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그러나, 중동정세의 큰 틀에서 본다면 조금 설명이 복잡하다. 유독 지금 이 시점에서 이스라엘이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두 전선을 벌이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이 확대되는 데 대한 이스라엘의 경계감을 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 올해 초 이스라엘에 저항해 온 이슬람주의 세력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집권당으로 등장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헤즈볼라의 연정 진출, 이들을 후원하는 이란과 시리아의 영향력 확대 등의 상황은 이스라엘로서는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전에 발목잡힌 미국이 이에 적극 대응하기 힘든 상태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헤즈볼라의 병사 납치를 계기 삼아 ‘자체 해결’을 위한 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스라엘 페레스평화센터의 론 푼닥 대표는 <뉴욕타임스>에 “납치된 병사 3명은 이스라엘 정부에 덜 중요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하마스·시리아·이란 그리고 시아파 강경파 전체에 대항하는 더 큰 전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전쟁 정치학’은 친이스라엘 단체의 미국 정치권에 대한 ‘로비’를 열쇳말로 삼아 미국과 더욱 밀착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치 특집기사에서 미국 정치권에 대한 유대인 단체의 로비와 미국-이스라엘의 유착관계를 자세히 분석했다. 1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스라엘홍보위원회(AIPAC)를 비롯한 미국 내 유대인 단체들은 미국 정치인들의 선거자금 모금을 좌우하고 있으며, 반이스라엘 발언이나 행동을 한 의원들은 선거판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연간 30억달러의 원조를 받으며, 군사적으로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처럼 대접 받는다. 9·11 동시테러 이후 미국내 반 아랍 정서가 강해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는 더욱 강해졌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이스라엘과의 동맹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존 미어즈하이머 교수(시카고대)와 스티븐 월트 교수(하버드대)는 논문에서 부시 정부의 이스라엘 밀착과 ‘중동 민주화’ 정책이 아랍 세력을 자극해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로비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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