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에티오피아가 군대를 파병한 것으로 알려져 내전 상태가 잠시 소강됐던 소말리아에서 이번에는 국제전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0일 에티오피아 군대가 수도 모가디슈에서 북동쪽으로 209㎞ 떨어진 바이도아 시내에 배치됐다고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에티오피아와 과도정부는 에티오피아 군대 파견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슬람법정연대는 25대 군용차가 국경을 넘어 소말리아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에도 이슬람법정연대는 300여명의 에티오피아 군인들이 소말리아 국경선을 넘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도아는 2004년 주변국의 중재와 에티오피아의 지원으로 수립된 과도정부의 거점으로, 에티오피아군의 진군은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셰리크 무크타르 로보 이슬람법정연대 방위책임자는 이날 “우리는 이 땅에서 에티오피아인들을 제거할 것이고 그들에 대항해 성전을 치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9일 밤 바이도아로부터 60㎞ 떨어진 곳까지 이슬람법정연대의 민병대가 들어왔다 과도정부군에 쫓겨 퇴각하자,베르한 하일루 에티오피아 정보장관은 “만약 이슬람 세력이 바이도아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슬람 그룹과 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 이슬람법정연대의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곧 바이도아로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인디펜던트>가 21일 보도했다.
존 프렌더가스트 국제위기그룹 연구원은 “지금 소말리아는 위기 상황”이라며 “만약 에티오피아나 이슬람 세력 어느 누구라도 무력을 사용한다면 양쪽 강경파들이 원하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은 과도정부와 이슬람 세력이 지난달 수단에서 열렸던 회담에서 약속한 적대행위 중단 합의를 준수하고,협상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과도정부는 지난 14일 이슬람 세력이 합의를 어기고 있다며 수단에서 22일 열기로 했던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독교도가 절반을 차지하는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와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소말리아는 1977년 소말리아인이 많이 거주하는 오가덴 지역의 반환을 요구하며 에티오피아를 침공했다. 이후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의 정국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왔으며 필요할 경우 군사적으로도 개입해왔다. 에티오피아는 또 압둘라히 유수프 과도정부 대통령과 오랜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1990년대 유수프 대통령이 현재 이슬람법정연대의 지도자 중 한명인 셰이크 하산 다히르 아웨이스가 이끄는 반군을 이기는 데 에티오피아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웨이스 등 이슬람세력들오 에티오피아와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에리트리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고 올해초 유엔은 밝혔다
소말리아에서 블랙호크 사건이란 치욕을 겪었던 미국도 이슬람세력을 비밀리에 견제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93년 10월 수도 모가디슈에서 반군 군벌 아이디드 체포 작전을 수행하다 블랙 호크 헬기 2대가 격추당하고, 부대원 18명이 숨졌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소말리아에서 군대를 철수했으나,최근 이슬람 반군에 대항하는 반군 세력을 비밀리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소말리아의 이슬람 반군세력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에티오피아의 행동에 미국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군대 파병을 확인할 수 없다”며 “소말리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에티오피아에 자제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이슬람법정연대가 바이도아 근처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매코맥 대변인은 또 소말리아에 있는 국제연락그룹을 통해 이 사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연락그룹은 이슬람 반군세력이 모가디슈를 점령하자 미국이 창설한 단체라고 <비비시>가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