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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초토화 이후’는 다국적군이 맡나

등록 2006-07-24 18:44수정 2006-07-24 22:31

이스라엘 “나토 평화유지군 수용” …미, 즉각 지지
‘전투 경험’ 조건 내걸어…휴전 압력 비켜가기 분석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나섰다. 다국적군을 통해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하고, 이 지역에 완충지대를 설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헤즈볼라와 지원세력인 이란·시리아의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중동지역의 세력관계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구상과도 맥이 닿는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3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에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주도하는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레바논 남부에 배치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배치될 다국적군이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위협을 제거하고, 레바논 국경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메르트 총리는 <에이피>(AP) 통신에서 다국적군의 ‘조건’으로, ‘유엔의 강력한 위임’과 ‘전투 경험’을 주문했다. 나토가 주도하는 다국적군은 보스니아 내전에서 실질적인 무력을 행사한 바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제안에 즉각 지지를 표명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나토의 다국적군 파견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엔군이 아닌 다국적군 구성을 면밀하게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볼턴 대사는 “다국적군은 레바논 정부군이 레바논 전역을 통할하도록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559호를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처럼 ‘전투형 다국적군’을 주문함으로써 관련국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독일은 인도적 지원은 하겠지만 다국적군에 참여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탈리아도 다국적군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나토 관계자는 새로운 다국적군을 만드는 것보다 현재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군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레바논 남부에는 1985년부터 프랑스·핀란드·피지군 등으로 구성된 2000여명의 유엔임시군(UNIFIL)이 배치돼 있다.

이스라엘의 다국적군 배치 요청은 이 지역에 대한 유엔의 ‘개입’을 제약할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8국(G8) 정상회의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를 제안했을 때, 이를 ‘시기상조’라고 일축한 바 있다. <워싱턴타임스>는 “이스라엘은 유엔이 헤즈볼라의 무력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다국적군 카드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비켜가면서 헤즈볼라 무력화를 노리는 ‘이중의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로선 국제사회의 힘을 빌려 헤즈볼라를 무력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헤즈볼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이다. 이스라엘이 지지하는 이유가 헤즈볼라가 반대하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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