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레바논 사태에 대한 긴급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유엔이 이스라엘을 비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AFP 연합
“헤즈볼라 없었다면 이런 일 안 일어났을 것”
‘공습중단’ 선언 깨고 1시간반만에 또 공습
‘공습중단’ 선언 깨고 1시간반만에 또 공습
이스라엘이 카나마을 공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비난에 아랑곳않고 30일(현지시각) 또다시 레바논을 공습했다. 자신들이 ‘48시간 동안 공습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1시간30분 만이다.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남부 카나마을 공습에 대해 미국의 동맹국들조차 자신들을 비난하고 나서자, 사건 진상조사와 남부 레바논 주민 피난을 위한 공습 중단을 선언하며 자숙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을 나타낸다며 30일 밤 9시부터 48시간 동안 공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밤 10시30분께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와의 국경에서 5㎞ 떨어진 레바논 영토를 두 차례 공습했다. 이스라엘 군은 “긴박한 공격 위협”이 있을 때는 48시간이 지나기 전에 공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책임을 떠넘기는 ‘적반하장’의 태도도 보였다.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31일 의회에 나와 “헤즈볼라를 무찌르기 위한 활동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을 내각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댄 길러만 유엔주재 이스라엘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나와 “헤즈볼라가 없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또 “(희생자들한테) 일주일 전에 대피를 권했다”고 강변했다.
이런 주장과 달리, 국제사회의 여론은 이스라엘에 매우 냉담하다.
이날 오후 긴급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무고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성명은 “영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전”을 강조했다. 다수 이사국들은 이스라엘을 직접 비난하는 문구를 원했지만, 존 볼턴 미국대사가 “공격을 비난하는 어떤 표현에도 반대한다고 버텼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각국은 앞다퉈 이스라엘을 질타했다. “무엇도 그런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유럽연합),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다”(프랑스), “강력히 규탄한다”(중국), “가장 강력한 말로 규탄한다”(멕시코) 등의 표현이 봇물을 이뤘다.
이슬람권은 더욱 분개했고,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와 레바논 베이루트의 유엔 사무소는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 아랍연맹은 “흉악한 학살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고, 친미 성향인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도 “흉악한 범죄”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 방송 인터넷판이 전했다. 30·31일 파키스탄·팔레스타인·스위스·노르웨이·캐나다에서는 수천명씩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많은 나라들이 지지하는 ‘즉각 정전’ 기대가 커졌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태도에는 근본적 변화 기미가 안 보인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우리의 동맹과 친구들이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고 말했지만, 정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는 귀닫은 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슬람권은 더욱 분개했고,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와 레바논 베이루트의 유엔 사무소는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 아랍연맹은 “흉악한 학살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고, 친미 성향인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도 “흉악한 범죄”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 방송 인터넷판이 전했다. 30·31일 파키스탄·팔레스타인·스위스·노르웨이·캐나다에서는 수천명씩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많은 나라들이 지지하는 ‘즉각 정전’ 기대가 커졌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태도에는 근본적 변화 기미가 안 보인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우리의 동맹과 친구들이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고 말했지만, 정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는 귀닫은 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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