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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라이스 장관님, 아이들의 비명이 들립니까

등록 2006-08-01 18:51

레바논에서 온 두번째 편지
내 인생이 소모품이라고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내 인생과 아이들이 정말 쓸모없다고 깨달은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님은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즉각 정전에 반대하는 자기 정부의 입장을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님, 당신과 당신 친지들이 폭격을 당해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 것인지 나는 의아합니다. 한 시간의 폭격도, 아니 1분간, 1초간의 폭격도 삶과 죽음을 갈라놓습니다. 그렇다면, 라이스 장관님, 당신도 이스라엘이 즉각 반응할 정전요구에 나서겠지요?

질문을 하나 하지요. 당신 아이들을 먹일 우유가 충분합니까? 집의 창문이 흔들릴 때 당신의 작은 아이들은 공포에 떨까요? 당신은 어머니가 아니어서 이 소중한 모성본능을 모를 것입니다. 그건 사랑이라고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학살될 때 당신도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아픔을 느낄 것입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즉각 정전이라는 은총을 베풀었다면, 어제 60명의 민간인들은 카나 마을의 자기 집 지하실에서 숨을 곳을 찾다가 죽어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잔해더미에서 끌어져 나오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비쳐졌을 때, 나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작은 아이들이었습니다. 4살난 내 딸 야스민도 그 장면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내가 미처 텔레비전을 끄기 직전이었지요.

“왜 아이들이 자고 있어? 아직도 환한 대낮인데…” 딸 아이는 내게 물었습니다. 학살은 고사하고 죽음의 개념조차 딸 아이에게 아직 설명해주지 못했기에, 나는 “저 아이들이 아주 피곤해서 그래”라고 짤막하게 대답해야만 했습니다. 눈물이 뺨으로 흐르는 나를 야스민은 근심스럽게 쳐다봤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이 나라에서 16년간 벌어진 전쟁 동안 나의 어린시절은 도둑맞았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내 아이들이 순진무구하게 클 수 있도록 지켜주려 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고, 또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딸은 속지않습니다. 딸 아이는 어제 우리를 찾아 이 산 속까지 찾아온 방문객에게 매달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나의 왕자가 되어주세요, 나는 공주에요, 분홍빛 귀여운 공주에요!” 딸 아이는 그에게 울먹이며 매달렸습니다.

내가 디즈니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려준 것 같습니다. 동화는 왕자가 공주를 구해주는 것으로 끝납니다. 겁에 질린 내 어린 딸을 바라보며, 나는 라이스, 당신을 저주했습니다. 당신이 한마디만 한다면, 이 전쟁은 곧 끝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카나 마을의 학살에 대해 충격이라고 표현만 하고,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자신들의 작전을 완수하는 데 열흘에서 열나흘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미국은 인내심있게 경청하는 것 같습니다. 그 열흘에서 열나흘 동안 우리 모두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레바논 사태를 취재하는 기자인 내 남편도 그 열흘에서 열나흘 동안 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집도 그 열흘에서 열나흘 동안 파괴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그 열흘에서 열나흘 동안 산채로 불태워질 수 있습니다. 그 열흘에서 열나흘 동안 내 어린아이들도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것들이야 문제될 것이 없겠지요. 나는 이를 엄청난 충격 속에서 깨달았습니다. 라이스, 당신의 삶은 우리가 죽든 살든 계속될테니까요. 우리 모두는 희생양일 뿐입니다.

림 핫다드

(두 아이의 엄마이며, 전직 기자.〈아시아네트워크〉를 통해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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