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지역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
민·군 12명 숨지자 20차례 무차별 보복전
헤즈볼라 “미사일 보유…텔아바브 공격하겠다”
헤즈볼라 “미사일 보유…텔아바브 공격하겠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농장의 냉장트럭들을 공습해 적어도 25명이 몰살당했다. 지난 3일 이스라엘 쪽에서 하루 12명의 사망자가 나온 뒤, 이스라엘군은 4일 레바논 전역에서 민간 목표물들의 무차별 공격에 나서 사태가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헤즈볼라는 사정거리 130㎞가 넘는 미사일로 이스라엘의 사실상의 수도 텔아비브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했다.
과일 싣던 시리아인들 미사일 세례 = 4일 레바논-시리아 국경지대의 알카 근처에서 냉장트럭들에 복숭아와 자두를 싣던 시리아·레바논·쿠르드 농업노동자들을 향해 이스라엘 전투기가 미사일 3발을 쏴 적어도 25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당시 40여명이 작업 중이었으며, 부상자들은 내륙으로 통하는 도로가 공습으로 끊겨 국경 너머 시리아로 옮겨졌다. <시엔엔>(CNN)은 흙길에 처참한 모습으로 널브러진 희생자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공습 장소에서 10㎞ 가량 떨어진 헤르멜이 헤즈볼라 거점이라며 꾸준히 폭격해 왔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30일 피난민 60여명이 떼죽음당한 카나마을 공습에 대한 비난이 뜨거운 가운데 일어나, 정전을 거부하고 민간 목표물 공격을 일삼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이 고조될 전망이다. 또 희생자 대부분이 시리아인들로 알려져,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습은 이날 새벽 1시(현지시각)께 베이루트 남부 시아파 밀집지역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와 베이루트공항 부근이 초토화됐고, 베이루트 북쪽 도시의 고속도로 관통 다리 4개를 끊는 과정에서 모두 10여명이 숨졌다. 다리들이 파괴된 곳은 기독교도 구역으로, 이스라엘이 이런 데를 타격한 것은 처음이다. 유엔(UN)과 세계식량계획(WFP)은 이 공격으로 구호품 전달 길이 끊겨 베이루트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앞뒤 안가리는 공격을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함포 공격과 지상전도 전개하는 등 레바논 전역의 육·해·공에서 맹공을 퍼부었다. 중부 소모르의 발전소는 공습으로 파괴돼 중·남부 상당지역에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광범위한 공습은 전날 헤즈볼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군 12명이 숨진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이스라엘 영토에 쏟아진 로켓탄 200여발로 민간인 8명과 군인 4명이 숨져, 지난달 12일 개전 이래 이스라엘 쪽 희생자가 가장 많았다.
헤즈볼라, 텔아비브 공격 경고 = 이스라엘군 공습에 앞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만약 베이루트 중심부를 폭격하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폭격하겠다”고 말했다. 인구 35만명의 항구도시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예루살렘 대신 국제사회 대부분이 수도로 여기는 곳이다. 이제껏 사정거리 수십㎞의 로켓 공격을 벌여온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130㎞ 떨어진 텔아비브를 사정권에 둔 이란제 미사일 보유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댄 길러만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상호 공격중단 제안은 “(헤즈볼라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그는 도망칠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고위관계자는 텔아비브가 공격받으면 레바논의 기반시설들을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4일 로켓 공격과 지상전에서 6~7명의 이스라엘 병사와 민간인을 사살했다.
이본영 기자, 외신종합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