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 |
레바논 야권, 정국대책 본격 논의 |
중립 과도내각구성등 거론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밀려 레바논의 친시리아계 내각이 총사퇴한 데 이어 시리아가 앞으로 몇달 안에 레바논 주둔 자국군 철수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야권이 향후 정국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에선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암살된 지 불과 보름여만에 레바논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 시리아, 철군 뜻 밝혀=오마르 카라미 총리 내각이 전격 사퇴한 지 하룻만인 1일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테르지 로에드 라르센 유엔 특사와 대화를 나눠봐야겠지만, 조만간 철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몇개월 안에 철수를 완료할 것이며, 그 이상의 기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이 1982년 레바논 침공 당시 시리아 국경지대까지 진출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레바논 주둔군 전면철수에 앞서 국경 보호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75~90년까지 이어진 레바논 내전 당시 일종의 ‘평화유지군’ 성격으로 1976년부터 레바논에 주둔해 온 시리아군은 내전이 끝난 뒤 몇차례 철군을 통해 4만2천여명의 병력을 1만5천여명으로 줄였다. 시리아 정부는 그러나 레바논 내정에 깊숙히 개입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시리아가 지난해 9월 친시리아계인 라후드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헌법개정을 위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레바논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이르렀다.
◇ 안갯 속 정국 전망=친시리아 내각의 전격 총사퇴를 이끌어 낸 야당진영은 1일 베이루트 남동부 산악지대 무크타라에 있는 야권 지도자 왈리드 줌블라트(56)의 거처에 모여 향후 정국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현지 일간 〈데일리스타〉는 “시리아군 철수를 촉구하는 한편 하리리 전 총리 암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는 중립 과도내각이라면 야권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벌써부터 새 총리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숨진 하리리 전 총리의 여동생인 시돈 출신의 바히아 하리리 의원과 아드난 카사르 경제장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줌블라트가 이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나와 “친시리아계 대통령이 권좌에 머무는 한 새 내각의 활동은 제약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야권 일부에서 라후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고 나서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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