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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8 18:33 수정 : 2005.03.08 18:33

‘무차별 사격’ 에 이라크 민간인 희생 늘어

지난 1월18일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의 탈 아파르 지역, 캄캄한 거리를 순찰하던 미군 아파치 중대 순찰병들은 90m쯤 앞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불빛을 보았다. 지휘관이 부대원들에게 차량을 정지시키라고 명령했고 한 병사가 공중에 세발을 쏘았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병사들의 집중사격이 이어졌고, 곧이어 차는 멈췄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모두 촬영한 사진기자 크리스 혼드로스는 “차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뒷문이 열리고 피범벅이 된 아이 6명이 차에서 나왔고, 앞자리에 있던 아이들의 부모는 수많은 총탄에 맞아 두개골이 부서진 채 죽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여기자를 구출했던 이탈리아 비밀요원 니콜라 칼리파리가 미군 검문소 앞에서 미군의 사격으로 목숨을 잃은 뒤 이 사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라크인들은 매일 이런 위험에 노출된 채 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이라크 곳곳의 미군 검문소와 순찰행렬은 이라크인들의 공포와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군과 이라크 정부는 이처럼 죽거나 다치는 민간인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 보안회사들의 자체 집계 등을 보면, 저항세력과 연관돼 있다는 어떤 명백한 증거도 없는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미군의 총격으로 희생되고 있다.

미군은 저항세력들의 자살폭탄 공격이 계속되는 이라크에서 자칫 1초라도 머뭇거리다가는 병사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며, 민간인들의 피해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자살폭탄 공격자나 저항세력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총을 쏠 수 있도록 한 ‘교전수칙’에 따라 사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이라크인들은 위협이 될 만한 행동도 하지 않았으며, 어떤 경고도 받지 못한 채 바로 사격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바그다드의 택시 운전수인 바스만 파딜(29)은 1월13일 정전으로 캄캄한 거리를 달려 집 근처에 왔을 때 갑자기 차 위로 총탄이 쏟아져 어깨에 한발을 맞았다. 차가 (미군 검문소) 콘크리트 장벽에 부딪쳐 멈췄을 때 미군과 이라크군이 그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가 왜 자신을 쏘았느냐고 묻자 병사들은 방금 전 무장세력들이 이 지역에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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