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알 자지라 10년…중동의 입, 세계의 창이 되다

등록 2006-10-31 09:42수정 2006-10-31 11:07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뉴스룸. 04년 8월. 자료사진 씨네21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뉴스룸. 04년 8월. 자료사진 씨네21
“탄저균보다 더 치명적으로 방송을 오염시킬 힘이 있다. 미군은 이 방송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보도하던 알-자지라 방송을 보다못한 미국의 한 일간지가 쏘아붙인 평가다. 그만큼 이 방송은 미국에 치명적이면서도 ‘눈엣 가시’ 같은 존재다.

이런 정서의 배경엔 대외 정책에 관한 한 철저하게 미국 정부와 자국의 이익을 대변했던 미국 거대 미디어의 암묵적 카르텔에 대한 인정하기 싫은 심정이 깔려 있다.

11월1일이면 알-자지라 방송이 개국한 지 꼭 10주년이 된다. 세계 유수 방송국들의 역사에 견준다면 일천한 경력이지만 이 방송국의 파괴력은 10년의 세월을 무색케 한다.

이제 알-자지라 방송은 1992년 걸프 전쟁시 바그다드 폭격을 `생중계'해 전 세계적으로 주가를 높인 미국의 CNN이나 보도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인 영국의 BBC 등 서방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이끄는 `정보 제국주의'에 맞설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됐다.

알-자지라 방송이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렇게 성장한 것은 그동안 분쟁의 중심지였던 중동 정세에 대해 서방 언론의 일방적인 시각에만 익숙해져 있던 시청자들이 `입바른 소리'를 하는 알-자지라방송을 바라보며 느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9ㆍ11 테러가 터지자 알-자지라 방송은 오사마 빈 라덴 관련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등 서방 언론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지만 중동 정세의 핵심이 되는 인물을 인터뷰하는 특종을 잇따라 터뜨렸다.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의 대외 성명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단독 입수, 종종 보도해 `테러리스트의 스피커'라는 빈축을 받기도 하지만 CNN 등 서방 언론은 자존심 상하지만 이런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를 어쩔 수 없이 `중계방송'하는 처지로 몰렸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에 이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알-자지라 방송은 테러집단으로 묘사됐던 중동의 저항세력을 `순교'로 표현하는가 하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 실태 등 기존 보도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미디어 전쟁에서 약자였던 이슬람의 시각만을 대변하는 정도로만 인식됐던 카타르의 한 민영 방송사는 어느덧 서방 언론에 가려있던 시야를 넓히는, 세계를 바라보는 열린 창으로 성장한 것이다.

2004년 06월 23일 이라크에 피랍된 김선일씨의 생사가 불분명한 가운데 22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도쿄특파원인 파디 살라메(왼쪽 세번째) 기자가 한국을 방문해 외교통상부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2004년 06월 23일 이라크에 피랍된 김선일씨의 생사가 불분명한 가운데 22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도쿄특파원인 파디 살라메(왼쪽 세번째) 기자가 한국을 방문해 외교통상부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2004년에는 고 김선일씨 납치, 살해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해 한국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중동 지역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는 한국 언론 입장에선 CNN 등 서방 언론만을 받아쓰다 알-자지라 방송의 등장으로 그나마 `편향적'이라는 부끄러운 딱지를 뗄 수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알-자지리 방송의 성공으로 중동 지역에선 유사한 방송이 여럿 설립됐지만 관제언론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 윤리의 첫 번째는 "어떤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인 고려없이 정직, 용기, 불편부당, 균형, 독립, 신뢰, 다양성이라는 저널리스트의 가치에 충실한다"라는 것.

하지만 이런 거침없는 보도 성향 탓에 2003년 9월과 2004년 8월 `테러를 부추기고 이라크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바그다드 지국이 폐쇄되기도 했고 2002년 8월에는 요르단 암만 지국도 사업허가를 취소당했다.

바그다드 지국이 미군의 공습에 폭격을 당해 특파원이 폭사한 사건을 두고 미군의 의도적인 폭격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인 적도 있었다.

후세인의 63세 생일 때는 화려한 생일 잔치와 이라크 국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대조하는 보도로 이라크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됐지만 굴하지 않고 비판의 잣대를 더 엄격하게 들이댄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본사가 있는 카타르에 대해선 비판의 칼날을 좀처럼 들이대지 않는다거나 지나치게 반미, 반 서방적 보도 성향은 차별성과 다양성 측면에선 그 공이 크지만 이 역시 CNN과 다를 바 없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와다 칸파르 보도국장은 "현재 언론인은 전쟁 보도나 정치권력에 의해 억압받는 목소리를 전달할 때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언론인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알-자지라 방송은 개국 10주년을 맞아 카타르 도하의 본사에서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이 때 16.5m 크기의 `자유의 벽' 조형물을 공개한다. 이 조형물엔 취재중 희생된 언론인 630명의 이름이 새겨 있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개국 10주년 맞은 중동 위성 TV 알-자지라 방송

위성방송인 알-자지라 방송은 1996년 11월 개국, 중동 지역 전역에 아랍어로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민영 뉴스 전문 채널이다.

아랍어로 `섬' 이라는 뜻의 이 방송국은 카타르 국왕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일가가 1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설립했다. 본사는 카타르 도하에 있다.

인구 70만명 정도의 중동 지역 소국에 불과했던 카타르는 오히려 알-자지라의 인지도 덕분에 국제적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주둔하는 대표적인 중동의 친미국가 카타르에 반미 보도의 첨병인 방송사의 본사가 있다는 것은 일면 역설적이다.

BBC 아랍어 TV가 그 모태

이 방송사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BBC의 아랍어 뉴스인 `BBC 아랍 TV'가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에 대한 비판 보도로 미움을 샀고 왕실은 바로 투자금을 회수해 버렸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BBC 직원 20여명을 카타르 왕실에서 스카우트했고 이 인력을 기반으로 설립한 것이 알-자지라 방송이었다. 결과를 놓고 보면 BBC가 알-자지라 방송의 산파역할을 한 셈이다.

카타르 왕실은 그러나 `절대 보도에 간섭하지 않겠다'며 보도의 자유를 보장했고 이는 현재 알-자지라 방송이 누리는 파격적인 언론 자유의 기반이다.

이라크 바그다드, 이란 테헤란 등 중동지역은 물론 워싱턴, 런던 등 세계 30여개 도시에 지국을 두고 취재망을 가동하면서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6천500만명 정도의 시청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에선 시청률이 40%에 이를 만큼 이슬람권에서 알-자지라 방송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만큼 그간 CNN, BBC 등 서방 `공룡' 언론사의 보도가 이슬람권에선 얼마나 편파적으로 받아들여 졌고 불신을 사왔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20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랍판이 선정한 `아랍 최고 브랜드 40' 가운데 1위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중동에서 신뢰와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 왔다.

오사마 빈 라덴 독점 취재

특히 이런 아랍권의 지지를 바탕으로 9ㆍ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나 오사마 빈 라덴을 독점 취재하는 개가를 올리면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2001년 1월엔 아랍어 인터넷 뉴스사이트(aljazeera.net)를, 2003년 9월엔 영문판 사이트를 개설했다. 올해 9월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방송인 `알-자지라 인터내셔널'을 시작했다.

이로써 언어적 한계를 넘어 CNN, BBC와의 경쟁을 선언한 알-자지라 방송은 이를 위해 BBC의 대표 진행자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경과 라기흐 오마르 바그다드 특파원 등 서방 방송국의 유명 기자와 앵커를 영입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기존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분쟁 지역의 적나라하고 비참한 실상은 물론 금기시됐던 정치 논쟁을 거침없이 다룸으로써 저널리즘의 새 장을 개척했다는 찬사를 받는 한편으론 지나치게 정제되지 않고 오히려 더 정치적으로 선동적이라고 비판받는 등 알-자지라에 대한 시각은 나뉘어 있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