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사퇴…대통령 내각 불안정
한국이 유엔평화유지군 파견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레바논 정세가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파정치의 한 축인 시아파가 내각을 깨고 나가고, 대통령은 친 서방-반 시리아 성향이 주도하는 내각을 불법집단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6월 총선으로 구성된 현 정부에 분열의 씨앗을 뿌린 것은 7~8월 이스라엘의 침공이다. 이스라엘군에 맞서 “거룩한 승리”를 거뒀다고 내세우는 정치·무장조직 헤즈볼라는 자파 소속 장관 2명을 포함해 5명인 시아파 장관 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헤즈볼라는 24명의 내각 성원 가운데 9~12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니파와 기독교 계열이 주도하는 현 내각은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해 전쟁 빌미를 제공한 헤즈볼라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맞섰다. 그러자 지난주 시아파 장관 5명이 사퇴하고,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정부 불신임을 선언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서로에 대해 서방 또는 이란·시리아의 꼭두각시라며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을 둘러싼 공방이 재발했다. 지난해 2월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유엔이 보낸 국제법정 설치안을 13일 내각이 승인하자, 에밀 라후드 대통령가 발끈했다. 그는 “헌법에 어긋나는 불법 기구”의 결정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헌법은 세 종교세력의 권력분담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아파가 퇴장한 내각 결정은 무효라는 것이다. 1975~90년 내전을 치른 레바논의 헌법은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총리는 수니파, 의회 의장은 시아파가 맡고, 내각과 의회 성원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정파들이 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독교도이지만 친 시리아적인 라후드 대통령은 수니파인 하리리 전 총리가 2004년 대통령 임기연장에 반대하고 나선 일로 수니파와 더 멀어졌다. 시니오라 총리는 15일 <시엔엔(CNN)>에 나와 “정부를 지켜가겠다”며 대통령이나 헤즈볼라에 무릎꿇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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