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 총리 핵 보유 시사 발언 일파만파

등록 2006-12-12 08:45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11일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핵 클럽에 이미 가입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 여부와 관련,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이른바 `NCND'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날 독일 방문길에 오른 올메르트 총리는 독일 N24 샛1 방송과의 회견에서 사실상 핵무기 보유를 인정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민주국가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도 멸망시키겠다고 위협한 적이 없다"며 "그러나 이란은 공공연하고도, 명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없애버리겠다(wipe off)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이란이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러시아처럼 핵무기를 가지려 하는 상황에서 이란과 다른 나라의 핵무기 보유를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핵무기 보유국을 예로 들면서 이스라엘을 거론함으로써 자국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엉겁결에 털어 놓은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기존 정책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올메르트 총리가 핵무기 보유 선언을 의도적으로 한 것인 지, 아니면 말 실수를 한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고의로 문제 발언을 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올메르트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미리 에이신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핵무기 보유를 인정했다는 일부 언론의 해석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로 미뤄 볼 때 올메르트 총리는 "지도상에서 이스라엘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발언을 들면서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란의 핵 개발을 막아야 함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말 실수를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올메르트 총리의 발언은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국가들과 이란이 이 발언을 근거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핵 개발을 묵인해 온 미국에 대한 외교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랍권 국가들과 이란은 핵무기 비확산조약(NPT) 가입을 거부해온 이스라엘 때문에 중동지역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 경쟁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이스라엘의 핵무장 해제와 중동지역의 비핵지대화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NCND 정책을 유지해 이 같은 주장은 큰 힘을 받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NCND 정책을 고집해 온 것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또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올메르트 총리에 대한 야권의 정치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파 야당 측은 문제 발언이 보도된 직 후 "반세기에 이르는 정책에 의문을 제기케 한 무책임한 실수"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올메르트 총리를 압박했고, 좌파 야당도 "총리로서 자질을 다시 의심케 한다"고 공격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레바논 전쟁에서의 패전 논란에 휩싸여 지도력에 큰 타격을 받은 올메르트 총리는 문제 발언으로 또 한차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이스라엘과 미국과의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점화된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논란이 사실은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지명자는 지난 7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의 핵 개발 의도를 설명하면서 "이란은 동쪽으로는 파키스탄,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이스라엘이라는 핵 보유국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해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발언이 나온 뒤 이스라엘은 자국이 핵무기 보유와 관련한 NCND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의 차기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의 핵 보유를 주장한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비난해 양국 관계에 이미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올메르트 총리도 독일 언론 회견에서 게이츠 차기 장관의 이스라엘 핵 보유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미국 국방장관에게 가 물어보라"고 대답해 게이츠의 발언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석가들은 올메르트 총리의 발언은 이란이 자국의 핵 개발 문제를 이스라엘의 핵무기 해체와 연계해 대응토록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도 벌려 놓는 재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세계 6위 핵 강국(?) =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핵 기술자인 모르데차이 바누누가 1986년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에 디모나 비밀 핵 발전소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바누누는 반역죄로 체포돼 18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04년 풀려났다.

전문가들은 바누누가 폭로한 자료 등을 근거로 이스라엘이 최소 150∼2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해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에 이은 세계 제6위의 핵강국이자 중동 지역 최초의 핵무기 보유국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