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치러진 이란의 국가지도자운영회의와 지방선거 초반 개표에서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온건보수파와 개혁파가 선전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8월 취임해 대미 강경노선을 걸어온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다.
86명을 뽑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 출마한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17일 절반 가량 개표가 진행된 테헤란에서 약 150만표를 얻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의 유력한 경쟁자인 강경보수 성직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타키 메스바흐 야즈디는 약 86만표에 그치고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제자인 야즈디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도 불린다. 성직자들로 구성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이란 최고지도자를 감독하고 그 후계자를 선정하는 중요한 기구다.
지난해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한테 패한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이번에 개혁파와의 연대로 지지 기반을 넓혔다. 라프산자니(1989~97년 재임)는 개혁파로 분류되는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1997~2005년)과 함께 투표장에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이 ‘반아마디네자드 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은 아마디네자드의 극단주의적 정책의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구인 테헤란 지방선거에서도 아마디네자드 진영이 고전하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5명을 선출하는 테헤란의회 선거 초반 개표에서 모하메드 바케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 쪽의 테크노크라트 보수파 후보 7명이 앞서가고, 개혁파에서는 4명이 당선권에 들었다고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쪽 보수파는 3명만이 당선권에 들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초반 개표 결과를 두고,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했던 빈곤층이 16%에 이르는 실업률 등의 경제상황 때문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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