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변호사 “미국쪽이 후세인 영치물 가져가라” 통보
사형이 확정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교수형 집행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이라크 정부에서 나온 정보를 근거로 이르면 30일에 후세인이 처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엔비시>(NBC) 등 미국 방송들도 31일까지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방송은 31일 시작되는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전에 형 집행이 있을 것이라는 현지 미군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이라크 정부가 후세인을 넘겨 달라고 미군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후세인의 수석변호사 할릴 알둘라이미는 이날 “미국 쪽에서 대통령(후세인)과 (그의 이복동생) 바르잔 알티크리티의 영치물을 가져갈 사람을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의 미군기지에 수감된 후세인의 이송은 바로 교수형 집행과 연결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이날 후세인 정권 때 처형당한 이들의 유가족들한테 “아무도 처형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26일 항소법원 확정판결로 교수대에 오를 운명에 처한 후세인의 형 집행이 임박했다는 전망에는 ‘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미국과 이라크 당국의 의지가 작용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라크 정부는 미군 침공 이후 공직에서 쫓겨난 전 집권당인 바트당 출신자 469명을 복직시킨다고 28일 발표했다. 후세인 처형 시 반발에 대비한 유화조처로 풀이된다.
그러나 교수형 집행 임박설과 반대로, 보쇼 이브라힘 이라크 법무차관은 수주일 안에 집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은 (확정판결 이후) 30일 이내가 아니라 30일이 지나서 집행하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변호인 알둘라이미는 28일 “국제법은 전쟁포로를 그의 적한테 넘기는 것을 금지한다”며, 미군이 전쟁포로인 후세인을 이라크 정부에 인도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모든 국제기구와 법률기구, 유엔 사무총장, 아랍연맹, 세계 지도자들은 미 행정부가 (후세인) 대통령을 이라크 당국에 넘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에이피> 통신과의 회견에서 말했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사담의 처형은 이라크 사태 진정에 어떤 도움도 안 된다”고 말했다. 레안드로 데스포우이 유엔 법관독립성 특별보고관은 후세인이 독립적·중립적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 로마 교황청 정의평화국 책임자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도 처형 반대 의견을 이탈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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