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정치 형세
레바논 집권세력 헤즈볼라와 반목
‘아랍민족’ 내세운 시아파 확산
연대하는 이슬람국과 다른 행보
중동지역 권력서 밀려날 위기감 지난해 여름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과 전쟁을 치르면서 수니파 조직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레바논 수니파의 신중함은 전쟁 기간 내내 헤즈볼라와의 연대를 과시한 이집트 등 다른 나라 무슬림 형제들의 처신과 확연히 달랐다. 이집트와 요르단, 팔레스타인의 무슬림 형제들은 전략적·이데올로기적 필요로 이스라엘과의 투쟁에서 헤즈볼라와의 연대를 천명했다. 반면, 레바논의 수니파 무슬림은 헤즈볼라를 점진적으로 무장해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를 지지했다. 헤즈볼라는 1990년대 초부터 인접국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아랍세계를 대신해 이스라엘의 만행에 설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란의 혁명적 메시아주의를 채택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 아래 반이스라엘 게릴라전을 벌여왔다. ‘신의 당’이라는 뜻의 헤즈볼라는 생존에 급급한 아랍국들이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랍 민족과 이슬람은 하나’라는 이상을 적극 선전했다. 그 결과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서 수니파를 압도했다. 2000년 5월 이스라엘군의 남부 레바논 철수는 이스라엘 점령지를 무력으로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지난해 여름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에 저항하면서 대중의 정치적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는 수니파 국가들의 방어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은 헤즈볼라와 이란의 영향으로 국민 여론이 급진화하는 것을 억제할 목적으로 ‘수니 삼각동맹’을 형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브파 율법학자들은 시아파의 이단성을 주장하며 이란의 영향을 차단하려 했다.
수니파 지하드 세력인 살라피스트에게 헤즈볼라는 그들이 차지한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무례한 경쟁자다. 그들은 아랍세계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을 거부하는 점에서 이란 지도자들과 비슷한 주장을 편다. 하지만 초기 이슬람왕국인 칼리프 시대의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투쟁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전근대적이다. 수니파 과격단체인 알카에다의 이론가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모든 무슬림은 어디서든 십자군과 시오니스트에 저항하라”고 촉구하면서도, 시아파 단체인 헤즈볼라의 행동반경은 레바논 남부에만 국한됐을 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레바논 수니파들은 지난해 암살당한 라피피 하리리 전 총리 가문을 중심으로 결속을 강화해왔다. 중동에서 수니파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절대적 필요성에 비하면, 그들에게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이차적 문제일 뿐이다. 미국의 침공 이후 시아파가 이라크 권력의 핵심층을 차지하고,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부상하고, 이란이 중동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이 지역에서 수니파의 미래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염려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교전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수니파 단체도 있다. 팔레스타인의 수니파 조직인 하마스 지도자들은 레바논의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공동투쟁을 위해 시리아에 대한 입장을 수정하도록 설득하고 나섰다. 교리적 차원에서는 시아파를 증오하지만, 서방세계의 음모를 분쇄하는 화급한 투쟁을 위해서는 암묵적으로라도 헤즈볼라와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르나르 루지에 프랑스 오베르뉴대 정치학과 조교수
연대하는 이슬람국과 다른 행보
중동지역 권력서 밀려날 위기감 지난해 여름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과 전쟁을 치르면서 수니파 조직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레바논 수니파의 신중함은 전쟁 기간 내내 헤즈볼라와의 연대를 과시한 이집트 등 다른 나라 무슬림 형제들의 처신과 확연히 달랐다. 이집트와 요르단, 팔레스타인의 무슬림 형제들은 전략적·이데올로기적 필요로 이스라엘과의 투쟁에서 헤즈볼라와의 연대를 천명했다. 반면, 레바논의 수니파 무슬림은 헤즈볼라를 점진적으로 무장해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를 지지했다. 헤즈볼라는 1990년대 초부터 인접국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아랍세계를 대신해 이스라엘의 만행에 설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란의 혁명적 메시아주의를 채택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 아래 반이스라엘 게릴라전을 벌여왔다. ‘신의 당’이라는 뜻의 헤즈볼라는 생존에 급급한 아랍국들이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랍 민족과 이슬람은 하나’라는 이상을 적극 선전했다. 그 결과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서 수니파를 압도했다. 2000년 5월 이스라엘군의 남부 레바논 철수는 이스라엘 점령지를 무력으로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지난해 여름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에 저항하면서 대중의 정치적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는 수니파 국가들의 방어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은 헤즈볼라와 이란의 영향으로 국민 여론이 급진화하는 것을 억제할 목적으로 ‘수니 삼각동맹’을 형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브파 율법학자들은 시아파의 이단성을 주장하며 이란의 영향을 차단하려 했다.
수니파 지하드 세력인 살라피스트에게 헤즈볼라는 그들이 차지한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무례한 경쟁자다. 그들은 아랍세계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을 거부하는 점에서 이란 지도자들과 비슷한 주장을 편다. 하지만 초기 이슬람왕국인 칼리프 시대의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투쟁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전근대적이다. 수니파 과격단체인 알카에다의 이론가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모든 무슬림은 어디서든 십자군과 시오니스트에 저항하라”고 촉구하면서도, 시아파 단체인 헤즈볼라의 행동반경은 레바논 남부에만 국한됐을 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레바논 수니파들은 지난해 암살당한 라피피 하리리 전 총리 가문을 중심으로 결속을 강화해왔다. 중동에서 수니파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절대적 필요성에 비하면, 그들에게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이차적 문제일 뿐이다. 미국의 침공 이후 시아파가 이라크 권력의 핵심층을 차지하고,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부상하고, 이란이 중동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이 지역에서 수니파의 미래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염려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교전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수니파 단체도 있다. 팔레스타인의 수니파 조직인 하마스 지도자들은 레바논의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공동투쟁을 위해 시리아에 대한 입장을 수정하도록 설득하고 나섰다. 교리적 차원에서는 시아파를 증오하지만, 서방세계의 음모를 분쇄하는 화급한 투쟁을 위해서는 암묵적으로라도 헤즈볼라와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르나르 루지에 프랑스 오베르뉴대 정치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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