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대학에서 강연하려던 스페인 장관이 여기자들의 취재가 막히자 성차별을 지적하며 강연을 포기했다.
후안 페르난도 로페즈 아길라 스페인 법무장관은 15일 리야드의 이맘 무하마드 이븐 사우드 이슬람대학에서 ‘세계화와 테러리즘’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몇 분 전 대학 쪽이 스페인 여기자들은 남자 대학에 들어올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여기자 4명은 부랴부랴 머리에 스카프를 썼지만, 대학 쪽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배적 교단인 와하브파의 핵심 교육기관인 이 대학에는 여성이 구내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
이에 아길라 장관은 학교에 원고를 넘겨주고 강연을 포기했다. 스페인 언론협회는 “여성의 권리가 직무수행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아길라 장관을 칭찬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스페인 여기자들은 이틀간 다른 행사들에서는 환대받았다고 밝혔지만, 이번 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엄격한 남녀 구분과 성차별을 다시 들추게 하고 있다. 중동에서 여성 참정권이 없는 유일한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09년부터 이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내무장관인 나예프 빈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왕자가 지난해 11월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사막에서 차를 모는 것은 여성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이라며 여성들한테 운전면허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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