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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음모론’은 미국의 음모?

등록 2007-01-21 21:35수정 2007-01-21 21:36

증거없이 ‘이라크 무기반입’ 주장…이란공격 명분 쌓는듯

‘이란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이야말로 진짜 음모가 아닐까?

이라크 종파분쟁에 기름을 붓는다는 이유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까지 받는 이란이 이라크에서 과연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미군은 지난 11일 이라크 북부 에르빌의 영사관에서 붙잡은 이란인 5명이 이란 혁명수비대와 관련됐다고 주장하며 계속 억류하고 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주둔하는 영국군 지휘관은 16일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기지에 로켓탄을 쏴대는 민병대가 이란쪽 일파의 지원을 받는다는 징후가 있다”며 ‘이란 음모론’을 이어갔다.

미국은 2005년부터 이란 개입설을 줄곧 퍼뜨려 왔다. 초기에는 이란이 수니파 저항세력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아파 국가 이란이 수니파에게 무기를 댈 이유가 뭐냐’는 의문이 제기된 뒤로는 이란이 시아파 민병대를 후원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황이 나쁠수록 이란 쪽 “조직”, “일파”, “분자”들이 혼란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기정사실처럼 선전됐다.

그러나 증거나 구체적 정황이 제시된 적은 없고, 상황을 과장하다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잦았다. 지난해 3월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로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고, 6일 뒤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사제폭발물들이 이란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음날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은 이란에서 무기와 병력이 들어온다는 증거가 없다고 ‘자백’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가을 이라크 남부 국경을 몇달간 순찰한 영국군도 이란제 무기 반입을 적발하지 못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호샤르 제바리 이라크 주재 이란 대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이라크를 불안정하게 만들려 한다는 증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내보이라”고 따졌다. 이라크 정부도 미국한테 근거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미·영은 이라크 주둔군이 ‘급조폭발물’(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s)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하는 사제폭탄의 출처나 제조법 제공자로도 이란을 지목한다. 원격조종으로 터뜨리는 급조폭발물은 장갑차도 부술 만큼 강력하다. 홍콩 <아주시보>는 이라크 무장세력들한테는 이런 무기 제조법이 일반화돼 외부 도움이 필요없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1980년대 이후 이란-이라크전과 걸프전에서 무기 제조법이 널리 퍼졌고, 저항세력에는 전직 이라크 군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이란 음모론’ 배경에는 이란을 고립시키고 공격할 명분을 쌓거나, 군사적 실패 책임을 이란 탓으로 돌리려는 ‘진짜 음모’나 심리상태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위기그룹의 분석가 카림 사자드푸어는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은 아주 미미하다”며 “이란의 영향력을 일소한다 해도 종파간 내전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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