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국, 미온적 태도
경제 봉쇄로 이란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29일에도 이란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밝혔지만, 유럽과 중국은 ‘나대로’를 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유럽 정부들이 저항하고 있다고 양쪽 관리들 말을 따 29일 보도했다. 지난달 통과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내세우는 미국은 상품무역과 에너지 사업 제한, 금융거래 중단과 자산동결 등의 광범위한 제재를 다른 나라들에게 종용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무기거래에 연루된 30개 기업의 명단을 공유한 유럽이 “수단이 없다”며 제재에 미온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의 한 관리는 “(이란과의) 경제 교류가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탈리아·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의 대 이란 수출·투자 금융지원을 문제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이 차단에 주력하는 이란의 최대 자금줄인 에너지 분야에서는 대형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네덜란드 업체인 로열더치셸과 스페인의 레프솔이 100억달러 규모의 이란 파스 가스전 13·14단계 개발 계약을 맺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의 중국국영석유회사 등도 이 가스전과 유전 개발에서 수십억달러짜리 계약을 따내거나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과 대형거래를 하기에 시기적으로 아주 좋지 않다”고 경고하지만, 중국 정부는 합법거래에 간섭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 로열더치셸의 투자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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