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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세계로 확산되는 이슬람 종파분쟁

등록 2007-02-07 17:57수정 2007-02-07 21:28

인구의 종파별 비율
인구의 종파별 비율
이라크 시아파-수니파 갈등 주변국 유혈사태로 번져
미국 무슬림도 분열…이란-사우디 대결이 더 부추겨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과 반목이 역병처럼 번져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3천여명을 희생시킨 것으로 추산되는 이라크 종파분쟁은 주변국들의 유혈사태로 이어지면서 중동 전체, 넓게는 세계 13억 무슬림 공동체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멘 정부는 지난 일주일간 시아파 반군과의 교전에서 정부군 42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6일 보도했다. 2004년 이후 양 쪽에서 수백명씩 사망자를 낸 내전은 지난해 말부터 다시 달아올랐다. 반군은 수니파 정부가 친미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시아파 축일인 아슈라를 맞은 지난달 말 파키스탄 페샤와르 등지에서는 시아파 사원과 축제행렬을 목표로 한 자살폭탄과 로켓탄 공격이 이어져 20여명이 숨졌다. 지난달 25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양 종파 대학생들이 벌인 난투극은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찰과 적대감은 폭발 일보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단 수도 카르툼에서 열린 책 전시회에서는 시아파 교리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이란 쪽이 설치한 부스가 철거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고위 성직자 압둘 알바라크는 최근 “시아파는 유대교나 기독교보다 나쁘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터넷 채팅사이트들이 시아파를 모함하는 글들로 도배되고 있는데, 배후에 경찰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요르단의 시아파 무슬림들은 신변의 위협을 이유로 올해 아슈라에는 순례행렬에 나서지 않았다.

7세기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 사후 법통을 놓고 300여년간 이어진 다툼을 떠올리게 하는 종파분쟁 재연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도화선이 됐다. 수니파 정권이 몰락하고 시아파 주도 정권이 서면서 벌어진 내전은 주변국을 동요시켰고, 지난해 12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처형이 분쟁에 기름을 부었다. 종교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무슬림들은 이라크 상황을 남의 일이 아니라고 여겨 증오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갈등은 600만 무슬림들이 사는 미국으로까지 확산됐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시아파 사원 3곳과 상점 10여곳이 누군가에 의해 유리창이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고 4일 보도했다. 대학들의 무슬림 학생회는 양분돼, 상대 종파 학생은 받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국가안보 또는 정권안보를 위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란이 아랍을 대표하는 반미노선을 내세우는 가운데, 2004년 12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을 잇는 “시아 초승달지대”를 추구한다고 말해 ‘이란 공포증’의 대표 논리를 제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 국가들과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내분에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수니파 나라들의 맹주로서 이란과 맞서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자, 세계의 양 종파 지도자 200여명이 지난달 말 카타르에 모였다. 이들은 “무슬림이 무슬림을 살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확인했지만, 책임을 떠넘기며 논쟁을 벌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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