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로 무기반입…합참의장 “말하기 어렵다”
이란 최고위 지도부가 이라크로 무기 반입을 지시했다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지난 11일 발표를 두고 미국 안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군 최고 지휘부까지 발표내용을 사실상 부인하는 말을 내놓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이 12일 미군 발표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제 물질이 이라크에서 폭발물 제조에 쓰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그러나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이란 정부가 그것을 확실히 알거나 공모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윌리엄 팰런 중부군 사령관도 다음날 <시엔엔>(CNN)과의 회견에서 “누가 이런 일(무기 반입)을 실제로 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정부의 “최고위급”이 이라크로 무기 반입을 지시했다며,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사실상 지목한 이라크 주둔 미군 발표와는 상당히 어긋나는 입장이다. 이들은 무기류와 부품들을 증거라고 제시하며 이란 쪽이 미사일과 박격포, 티엔티 등을 반입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이란제 부품이 들어간 ‘관통폭탄’ 때문에 미군 170명이 전사했다고도 주장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 발표에 신뢰를 보내는 논평을 내놨다.
그러나 정치권과 안보 전문가들은 이 주장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인다. 해리 레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3일 미군이 내민 증거가 “아주 부실하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가 지난 3년간 퍼뜨려 온 이란 개입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지 3주 만에 나온 이번 발표가 행정부 고위급이 아닌 바그다드의 군 지휘관들을 통해 이뤄진 점을 주목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명분으로 삼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나자, 이번에는 부담을 덜려고 군 지휘관들이 익명으로 발표했다는 분석이다. 또 정치인이 아닌 군을 동원해 “우리 군인들조차 못믿느냐”는 효과를 노렸다는 전문가의 해석을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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