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바브웨
IMF 압력에 농작물 몰수 선포…서방세계 등 돌려
테러 고문에 폭력사태 우려 영, 안보리 보고 요청
테러 고문에 폭력사태 우려 영, 안보리 보고 요청
로버트 무가베(83) 짐바브웨 대통령의 27년 통치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야당 탄압을 둘러싸고 나라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1700%를 넘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악화까지 겹쳐 폭력 사태가 우려된다고 영국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국내외의 반발=야당인 민주변화운동(MDC)은 18일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 지역 국가 그룹(ACP)과 유럽연합(EU) 간 회담 참석차 벨기에로 출국하려던 넬슨 차미사 대변인이 공항에서 괴한들에게 맞아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에만 차미사를 포함한 야당 지도자 4명이 출국을 저지당했다. 앞서 무가베 정부가 11일 반정부 집회에 참여한 민주변화운동의 모건 츠반기라이 총재를 체포해 고문한 사실이 폭로됐다.
국제연합(UN)과 아프리카연합(AU), 미국, 영국 등은 주말 동안 무가베 정부의 야당 탄압을 비난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는 25~26일 짐바브웨 문제를 논의하는 특별회담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 비난에 대해 무가베 정부는 서방세력이 야당을 배후 지원하면서 정부를 전복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장 몰수로 서방과 결별=1960년대부터 해방운동을 펼쳐온 무가베는 짐바브웨가 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 초대 총리에 취임했다. 87년 대통령이 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집권하고 있다. 에이미 추아 미 예일대 교수는 그의 책 <불타는 세계>에서 무가베가 식민지 시절 영국 등 유럽출신 소수 백인이 점유한 토지를 분배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민중의 지지를 받아왔다고 분석했다. 독립 당시, 짐바브웨에서는 인구의 1%였던 백인 식민지 이주자들이 농지 70%를 소유하고 있었다. 추아 교수는 무가베가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과 가뭄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부패 사건이 터지자 인기 만회를 위해 2000년부터 농장 몰수를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농장 몰수는 영국 등 국제 사회와 관계를 틀어지게 했고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런던 킹스 대학 교수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2001년 사회주의노동자당 기관지 <소셜리스트 워커>에 기고한 글에서 “무가베의 토지 (몰수)요구는 도덕적으로 옳은 방향이었으나, 그는 토지나 빈곤층에 신경을 쓰지 않고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권 계속 유지할까?=무가베는 16일 “서방의 꼭두각시들에게 너무 많은 여지를 주었다”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이 발언이 과도정부를 세우기 위해 외국 대표단과 비밀리에 만난 여당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최근 무가베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내각이 만장일치로 지지하지 않은 것도 여당 내 분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해방영웅으로 대접받는 무가베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으나 이 금기도 깨지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보도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로버트 무가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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