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이 하마스가 주도하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그동안의 불승인 정책을 완화하고 직접 접촉에 나서면서 양쪽 관계가 복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이콥 월리스 예루살렘 주재 미국총영사는 20일 살람 파야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재무장관을 만났다. 미국은 지난해 1월 정치·무장단체 하마스의 총선 승리 이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관계를 끊어왔다.
유럽은 더 적극적이다. 레이먼드 요한슨 노르웨이 외무차관은 19일 가자지구를 방문해 하마스 소속의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를 만났고, 프랑스와 벨기에도 팔레스타인 외무장관과 회담을 앞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곧 직접원조 재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복원 움직임은 하마스가 온건파인 파타당 및 무소속 인사들과 함께 통합정부를 구성한 데 따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의 압력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지목하고 이를 고사시키려고 직접원조를 끊었지만, 간접원조와 이란과 아랍권의 도움으로 지난해 팔레스타인 원조액이 오히려 늘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서구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하니야 총리를 만난 요한슨 노르웨이 외무차관의 자국 방문일정을 취소시켰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줘야 할 세금 4억7500만달러의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팔레스타인 지역 반입 물품에 대한 세금을 대신 징수하는 이스라엘은 하마스 집권 이후 이의 지급을 중단해 비난이 일자 1월에 1억달러만 내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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