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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레바논 ‘제2 내전’ 위기감

등록 2007-05-22 18:38수정 2007-05-23 01:07

레바논 정부군의 폭격을 맞아, 레바논 트리폴리의 나흐르 알바레드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21일 포연이 일고 있다. 나흐르 알바레드/AP 연합
레바논 정부군의 폭격을 맞아, 레바논 트리폴리의 나흐르 알바레드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21일 포연이 일고 있다. 나흐르 알바레드/AP 연합
레바논 정부군-팔 무장단체 사흘째 격렬 교전
70년대 내전 발발 때와 비슷
1975~90년 내전으로 10만명이 숨지고 9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레바논에 내전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우고 있다.

레바논 정부군은 22일 북부 항구도시 트리폴리 변두리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인 나흐르 알바레드에서 3일째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파타 알이슬람과 교전해 양쪽 사망자가 75명으로 불었다. 이날 정오께 파타 이슬람이 휴전을 선언했지만, 레바논 정부군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3만명이 사는 난민촌의 포위를 풀지 않자 1시간 만에 전투가 재개됐다. 레바논 정부는 시리아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배후”로 지목하고 나서, 양국의 해묵은 갈등도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촌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촌
이번 충돌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둘러싼 갈등이 내전을 촉발한 경험을 상기시킨다. 레바논 내전은 1975년 4월 기독교 인사 4명이 살해되자, 팔레스타인인들의 짓이라고 짐작한 기독교 민병대가 난민들이 탄 버스를 공격해 26명을 사살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1월 기독교 민병대원들이 카란티나 난민촌을 습격해 팔레스타인인 1000여명을 학살하면서 무슬림과 기독교도들 사이에 보복살해가 꼬리를 무는 내전이 가열됐다.

이어 시리아는 무슬림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토벌을 이유로 레바논을 침공했다. 전쟁은 국가-종교-인종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양상으로 전개됐다. 여러 종파의 기독교, 이슬람 수니파-시아파가 섞여 사는 갈등구조에 팔레스타인 난민의 존재가 분쟁의 도화선이 된 셈이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주로 1967년 3차 중동전쟁 결과 이스라엘군에 쫓겨 레바논으로 몰려들었다.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레바논에 둥지를 틀고 사실상 ‘국가 안의 국가’로 기능했다. 현재 레바논에는 팔레스타인 난민 40여만명이 머물고 있다. 그 절반 가량이 난민촌 12곳에서 수십년째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갈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살아간다. 레바논 정부나 기독교도들은 난민수용소가 테러리즘의 온상이라며 못마땅하다는 태도를 보여왔고, 이번 충돌이 불거진 데도 이런 갈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들은 파타 알이슬람이 구성원 200여명의 작은 조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난민들의 민심이 정부군의 난민촌 공격을 1976년의 ‘카란티나 학살’과 연결시킨다면 사태는 심각한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베이루트 근처 난민촌에 사는 아부 알리는 22일 “나흐르 알바레드에는 많은 민간인들이 살고 있고, (레바논 정부군의 공격으로) 부상당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데페아>(dpa) 통신에 말했다.

수니파와 기독교 종파들이 연합한 현 레바논 정부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침공과 시아파의 ‘정치 보이콧’으로 약체인 상태다. 또다른 내전이 싹튼다면 수습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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