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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쿠르드반군, 터키 헌병 공격 8명 사망

등록 2007-06-05 18:06

터키 정부 더 자극할 듯
곳곳서 소규모 충돌 시작 긴장 고조
터키가 쿠르드반군 소탕을 목표로 이라크 국경에 병력과 탱크를 증강해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쿠르드족 반군들이 4일 터키 동부 지역의 헌병대 본부를 공격해 적어도 8명이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게릴라로 추정되는 반군 3명이 동부 툰첼리 지역의 헌병대에 차를 몰고 들어와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터키 치안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공격으로 이 지역 치안을 맡고 있는 터키의 준군사조직 겐다르메리 소속 헌병대 요원 8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번 사건은 터키가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해 국경 너머 이라크 북부로 들어가 군사 작전을 감행할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 터키 정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소규모 충돌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는 터키군이 지난 3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의 산악지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터키군이 하지 움란 지역의 쿠르드노동자당 기지를 향해 30분 정도 폭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터키군이 국경 근처 지역을 폭격했다”고 밝히고 “아직 터키 군이 이라크 내 쿠르드 지역으로 진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바키 일킨 유엔 주재 터키 대사는 이번 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터키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이라크 내 쿠르드족 근거지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는 의견을 낼 예정이다. 터키는 자신들의 ‘자위’를 위해 이라크 내 쿠르드 게릴라들을 소탕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터키 언론들은 터키가 이라크 내로 진격해 군사작전을 벌일 경우를 대비한 외교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군사작전이 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올들어 쿠르드족 반군의 폭탄 공격 등이 계속되자 터키는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나서 이라크 내에 근거지를 둔 4천여명의 쿠르드노동자당 게릴라를 소탕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렇지만 이라크의 유혈 사태에 휩쓸려 있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쿠르드 지역마저 혼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이유로 소탕작전을 꺼려 왔다. 미국은 최근 터키가 이라크 국경지대에 병력을 증파하자 터키군의 군사 행동을 적극 만류하고 있다.

중동 전역에 흩어져 나라 없는 민족으로 생활해온 쿠르드족은 터키 정부를 상대로 독립 투쟁을 벌여왔으며, 양쪽의 무력 충돌로 1984년 이후 3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기 전까지 터키 당국은 국경 너머 이라크 영토로 들어가 소규모 소탕작전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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