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 병력 수백명이 쿠르드 반군을 소탕하려 국경을 넘어 이라크 북부 국경지대에 기습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에 군사·외교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터키군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6일 새벽 터키군 수백명이 터키-이라크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 반군 소탕을 위한 군사작전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관계자는 터키군의 진격을 확인했다. 애초 국경을 넘은 진격 사실을 부인하던 터키와 미국 정부도 점차 ‘군사작전은 있었지만 별것 아니다’라며 사태 확산을 막는 데 집중했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 보안군 관리들은 <에이피>에 “이번 기습은 대규모 공세가 아니며, 진격한 병력도 수만명 규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페리 위긴스 준장은 7일 “터키군은 터키 영토를 넘나드는 쿠르드족 테러리스트들과 터키 남동부 지역에서 국지적인 전투를 벌여왔으며, 이런 군사작전은 현재 계속되고 있다”며 제한적 기습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쿠르드노동자당(PKK) 게릴라 등의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 국경지대는 험준한 산악지형 때문에 군사 진격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에르빌은 국경에서 100~20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터키군이 우방인 미국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국경 인근에서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벌인 것은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 반군이 강력하게 저항한다면 대규모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의 중요한 동맹인 터키와 쿠르드족 사이에서 어느 편을 들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7월22일 터키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주의 성향의 터키 여당은 최근 강해진 세속주의 세력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 쿠르드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려 하고 있다. 대규모 진격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군사작전과 공격을 계속하며 불안한 상황을 조성할 가능성은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터키는 6일 이라크와의 국경지대를 9월9일까지 임시 보안 지대로 선포하고, 민간인들의 진입을 차단하는 등 쿠르드 반군에 대한 군사작전을 계속할 뜻을 보였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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