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권 사들여 저인망 어로
수산자원 고갈에 현지 어부들 삶 황폐
수산자원 고갈에 현지 어부들 삶 황폐
1989년 목선 한 척으로 시작한 모리타니아의 선주 살 삼바(39)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서부아프리카에 있는 이 나라의 항구도시 누아디부에서 문어잡이를 해온 그는 배 몇 척을 띄우며 달마다 600달러(약 55만원)를 집에 가져갈 정도의 부자가 됐다. 가난한 이 나라에서 큰 부러움을 살 만 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고기잡이가 신통치 않아 그는 최근 어부 10명을 해고했다. 수입은 3분의 1로 줄고 “건져올리는 건 바닷물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황폐해진 모리타니아의 수산업 현실을 취재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저인망으로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외국 배들이 주범으로 꼽힌다고 18일 보도했다. 1980년대 말부터 모리타니아 정부와 조업권 계약을 맺고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모리타니아 앞바다의 외국 어선들은 이제 340척으로 늘었다. 작은 목선에서 그물을 던지는 현지인들의 어로 방식은 첨단장비들로 무장한 이들한테 상대가 되지 못했다. 특히 연간 1억4천만달러의 수산물 수출액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문어의 씨가 말라가는 게 어부들의 큰 걱정거리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외국 어선들의 아프리카 진출은 북대서양의 어획량 감소와 서구인들의 해산물 등 다이어트식품 수요 확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럽연합(EU)은 모리타니아와 앙골라, 모잠비크 등 10여개국으로부터 조업권을 사들여 유럽 어선들을 내려보내고 있다. 더구나 외국 선박들은 자국으로부터 연료비 등의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아프리카 어민들은 이중삼중으로 불리하다. 개발도상국 수산업의 생산액 대비 연료비 비중은 2005년 43%로 선진국의 두배가 넘는다. 어획량이 줄다 보니 관련 산업과 수산물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정부들로서는 조업권 판매 수입이 피해가기 어려운 유혹이다. 조업권 수입이 정부예산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모리타니아는 6년동안 7억달러를 받기로 하고 지난해 유럽연합에 조업권을 연장해줬다. 중국은 2005년 조업권 대가의 일부로 전투기 2대를 건네기도 했다. 자국 어민 피해가 너무 심해 조업권 협정을 파기하거나 선박 수를 제한하는 나라들도 나오고 있다. 비판에 직면한 유럽연합 쪽은 아프리카 어민들의 무차별 어로행위가 자원 고갈의 더 중요한 원인이라고 해명하며, 조업권 협정에서 자원 보존 대책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북해에서 고기를 잡다 3년 전 아프리카로 진출했다는 스페인 수산업체 관계자는 서아프리카 앞바다가 “유럽연합과 러시아, 중국 어선, 그밖의 수많은 작은 배들로 꽉 찼다”며, “아프리카 정부들이 통제를 강화하고 선진 업체들과 합작해 수산업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30년간 서아프리카의 수산자원은 절반 가량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수산물 소비가 1982년 1인당 연간 9.9㎏에서 2003년 7.6㎏으로 줄었다.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