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위성 뉴스채널 <알자지라>가 22일 밤(한국시각) 서울에서 열린 아프간 파병부대 철수와 한국인 인질 석방 촉구 촛불집회 장면을 방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관례상 드문 일…탈레반 쪽과 직접 간접 대화창구 확보
정부는 23일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납치사건에 대응해 현지에서 협상창구를 확대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안보정책조정회의를 밤늦게 개최하는 등 총력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정부가 아프간 현지에 정부대책반으로 파견한 문하영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는 이날 아프간 정부의 고위급 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가 사실상 공동 대책기구를 꾸린 것으로, 탈레반 쪽과의 대화에 한국 정부의 방침을 원활하게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했음을 뜻한다. 문 대사는 우즈베키스탄 대사를 지내 이슬람권의 문화와 관행에 익숙하다.
아프간 정부의 이런 조처는, 국제사회의 외교 관례상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일반적으로 주권국 정부는 특정 사태와 관련해 파견된 다른 나라 대표단과 협의에 임하기는 하지만, 자국 정부의 대책회의에 이들을 참여시키지는 않는다.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부족 원로들과 탈레반 쪽의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즈니주 카라바그에도 주아프간 대사관 관계자를 보내, 실시간 상황 파악과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나토 등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과의 정보교류와 협조를 담당하는 국방부 현지협조단도 이날 비공개리에 아프간으로 출국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 경험이 있는 준장 1명과 영관급 4명으로 구성된 협조단은 동맹군들과의 접촉을 담당하며 정부 현지 대책반을 측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미국·영국군 등 다국적군 감옥에 수감된 포로들의 석방까지 요구하고 나섰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진 파견이다.
청와대는 이날 밤 10시 안보정책 조정회의를 열어 현지 대책반의 보고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이날 밤 10시부터 50분 동안 안보정책 조정회의를 마친 뒤 협상시한 연장 가능성을 예견해, 탈레반 쪽과의 접촉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신승근 이제훈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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