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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스터리 전말] 석방되던 8명, 산중턱서 왜 되끌려갔을까

등록 2007-07-26 19:17수정 2007-07-27 00:37

아프가니스탄 경찰들이 25일 배형규 목사의 주검이 발견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 교차로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카라바그/ AP 연합
아프가니스탄 경찰들이 25일 배형규 목사의 주검이 발견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 교차로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카라바그/ AP 연합
탈레반 내부 강경파-온건파 갈등 때문?
인도 장소에 배치된 나토군 보고 철수?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인질 중 8명의 석방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탈레반 쪽은 한국인 인질 8명을 가즈니주에 위치한 산 아래에서 아프간 당국 쪽에 인도하기로 약속했으나, 산 아래까지 내려오지 않고 중턱에서 인질들을 데리고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들이 기지에서 인질들을 데리고 출발은 했지만, 막판에 석방이 무산된 것이다.

석방설과 출발=일단 8명의 인질들은 25일 오후(현지시각)께 탈레반 무장단체의 인솔 아래 억류된 장소를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밤 9시께(한국시각) 한국 정부 안팎에서 석방설이 처음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정부 안에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기류가 감지됐다. 인질들의 신병이 인도되는 대로 안전한 곳으로 이송해 간단한 건강검진을 한 뒤 이른 시일 안에 귀국시킬 방침이라는 정부 소식통의 전언도 잇따랐다. 일본의 <엔에이치케이>(NHK)는 “풀려난 8명의 성별은 여자 7명과 남자 1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이 당시 탈레반 무장세력은 우리 쪽 인수팀이 인질들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약속 장소에 가까이 다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석방을 손안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혼선=그러나 26일 자정쯤 정부 당국은 “가능성이야 있어 왔지만, 확실한 근거가 아직 없다”며 석방 사실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정부 당국자들의 굳은 얼굴을 통해 석방 인도 작업이 순조롭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들도 나왔다.

외신들도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아프간 가즈니주 지사와 탈레반 쪽이 모두 석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협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한 명도 석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도 “석방 소식은 사실이 아니며, 아프간 정부의 선전”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26일 오전 1시30분께 <에이피>(AP) 통신이 서방 관리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에 억류됐던 한국인 인질 가운데 여성 6명과 남성 2명이 석방돼 아프간 가즈니주 내 미군기지로 이송됐다”고 보도하면서 혼선은 정리되는 듯 보였다. “서방 관리는 미군기지 병원 장교”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인질 석방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에이피>는 미군기지로 이송될 것이라는 아프간과 우리 쪽 협상팀 내부의 사전 약속을 이미 실행한 것처럼 받아들여 보도한 것으로 짐작된다.

왜 인도되지 않았나?=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오전 “(인질 8명이) 우리 쪽이 관할하는 지역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우리 쪽이 관할하는 지역이라는 것은 우리와 협력하는 아프간 정부와 현지 미군, 국제치안동맹군 등이 관할하는 곳을 포괄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에선 인질 8명이 막판에 인도되지 않은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탈레반 내부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이다. 온건파들이 한국인 인질 8명을 인도 장소로 데리고 가고, 외신이 이 사실을 보도하자, 나머지 15명 가운데 9명을 감금하고 있던 강경파들이 이에 반발해 배형규 목사를 살해하면서 ‘돌아오지 않으면 나머지 인질도 죽이겠다’며 온건파를 협박했다는 것이다.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을 원하지 않는 아프간 정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탈레반 강경파들이 온건파를 제압한 셈이다.


두번째로 납치세력이 약속된 인도 장소였던 산 아래에 나토군과 아프간 군대의 장갑차와 무장 병력이 있는 것을 보고,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다시 기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엔에이치케이>도 26일 아침 아프간 정부의 전차 등이 배치된 것을 확인하고 급거 본거지로 되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엔에이치케이>의 보도도 일정 정도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인 신승근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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